윤혜준 《근대 용어의 탄생》은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중 한권이다. 여기서 단추는 지식의 우주로 안내하는 우리 시대의 생각 단추이다. 그에 걸맞게 책의 내용은 무한하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단어들의 유래나 의미 변천 기타 궁금했던 내용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였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책을 골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혁명 부분에서 거슬리는 단어가 있긴 했으나, 그건 넘어가자.)
이 책은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라는 부제를 가지고, 아메리카, 비즈니스, 자본주의, 경쟁, 헌법, 소비, 통화, 민주주의, 제국, 계몽, 자유, 산업, 법, 기계, 대통령, 진보, 프로젝트, 합리적, 개혁, 리뷰, 혁명, 교통, 대학, 유토피아에 대해 설명한다. 책의 구성상 관심가는 글자부터 무작위로 골라서 읽어도 좋다.
개인적으로 제일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쳅터는 '소비'와 '산업'이었다. 사실 각 단어들로 독서모임을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접근과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로 예를 들어보면, 소비라는 단어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는 그 태초에 1도 없었다. 고갈, 소모, 낭비 심지어 병이름(폐결핵같은 소모송 질환)이기까지 했다. 즉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활동의 측면보다 죽음, 소멸에 가까운 단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역사적 사건들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을 소모시키는 행위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행위로 연결되고, 심지어 멕시코 광산, 페루 원주민, 아프리카 노예, 카리브 해 설탕공장으로 이어진다.
영국 귀족들이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행위이면에는 노예노동과 식민지착취, 원주민 학살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소비자체가 단지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즉 소비도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지 '소비'라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변천과정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현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함의까지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원래의 의미를 넘어 특정시대의 가치관, 더 넘어 인간관까지 아우르고 있다면, 우리가 쓰는 언어속에 우리는 많이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언어는 단순히 현실을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해줄 수도 있으니까.
또 하나, 이 책의 매력은 많은 문학작품과 저서들이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는것만큼 보이는 게 달라질 수 있는 책. 시간을 들여 책을 더 찾아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