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 같은 시집
ever1803 2026/05/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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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 추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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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6-04-06
: 1,080
교유서가 시집, 여섯번째.
추성은 《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이 시집은 내게 마트료시카 같은 존재였다. 한달 가까이 책상위에 올려두고 같은 시를 반복해서 읽었다.
한번 읽고나서 이런건가 싶으면 다시 열었을 때 또다른 '의미'를 던진다.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이 더 가까운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무관한 말>에서는 AI와 인간에 대한 시인가,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인간은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나는 정말 인간이 되고 싶은가, 세상에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가...이런것들이 이 시에서 내가 발견한 마트료시카들이다. 아마 다음에 읽으면 난 또 다른 인형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녹는 점>도 비슷했다. 자아에 대한 것인가, 몸에 대한 것인가, 죽음에 대한 것인가, 기억에 대한 것인가, 알 수 없음에 대한 것인가.
마트료시카의 제일 작은 인형을 찾아냈다고 해서 처음의 큰인형의 실존이 없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시들을 읽어가며 들춰지는 생각들도 모두 각각의 의미로 존재한다는 것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시의 테두리에는, 겉으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데, 그 안을 열어보면 의심이 있고, 그 안을 열어보면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고, 그 안을 다시 열어보면 결국 사랑이 있다. 그렇지만 그 애정이 요란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그리고 목적이나 방향도 없다. 그래서 좋았다. 나만의 층위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
<무관한 말>의
'되는대로 적기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녹는 점>의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는 대로 둘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라는 것도,
<유형> 의 '날개 대신 두 다리로 선 새들이 이윽고 나의 마음과 함께 방위없이 날아가기'
이 모든 것에 이미 정답이 아닌 끝없는 질문들이 느껴진다.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잘 차려진 비밀도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교유단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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