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르웰린 씨는 타 리뷰어들에게 워낙 호평을 받던 작품이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책을 개시할 때 기대가 많았었고, 처음 몇 장을 넘긴 순간은 기대의 벽을 높게 쌓은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계속 진행하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그만큼 호불호가 갈린다 혹은 초기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넘어가게되면 스스로에게 남을 좋은 작품이고요.
BL중에서도 일반적인 BL작품들과는 방향성를 달리하는 소설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다만 L의 비중이 적은 것이 아니라 표현방식에 있어서인 것 같네요. L은 꽉차있습니다. 번역투, 동일 문장의 반복적인 사용.... 이러한 점들이 호불호가 갈리는 곳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지고 글자수를 채우기 위한 꼼수로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문학적 완성도를 위한 이 작품만의 특색일 수 있으니까요. 정답은 없기에 독자 본인의 판단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저에게는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고나니 '작가님이 이 방식을 택한 이유를 알 것 같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만큼 내용 전개에 어울리는 문체라고 생각합니다.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가난한 대필소설가 셰본과 그를 짝사랑하는 살인마 르웰린. 이렇게 쓰니 낭만적인 느낌이 나는군요. 처음 셰본에게 르웰린은 이상하고 두려운 남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언행. 그의 스토킹이 소름끼치고 언제 자신을 해칠까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며 르웰린이 자신에게 살의가 아닌 애정을 가졌다는 것과 셰본의 근원적인 고독으로 인해 셰본은 르웰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르웰린의 비밀과 행동의 이유들이 밝혀집니다.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랑임에도 작품의 분위기상 건조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피폐하다거나 강압적인 관계 등의 굵직한 회피 키워드가 없기에, 미리보기로 괜찮게 보신 분들에게는 간만에 주옥같은 작품이 되리라 생각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