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의 저서 <권력이동(Power Shift)>은 지식 기반 정보사회의 도래와 그로 인한 권력 구조의 본질적 변화를 예견한 저작이다. 그러나 학술적 엄밀성과 현실 분석 측면에서 치명적인 한계와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보면, 토플러는 폭력(Force), 부(Wealth), 지식(Knowledge)을 권력을 구성하는 3대 요소로 규정한다. 특히 과거에는 폭력과 부가 권력의 핵심 원천이었으나, 새로운 정보사회(제3의 물결)에서는 지식이 가장 우월하고 민주적인 권력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가오는 시대에는 지식을 가진 자가 부와 폭력까지 통제하게 될 것이며, 권력의 본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이동>의 서술상의 특징과 비판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기술결정론적 시각과 지나친 낙관주의
토플러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수평적인 권력 분산을 이끌 것이라는 다소 순진한 '기술결정론'에 빠져 있다. 정보의 확산이 반드시 권력의 평등이나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전체주의 독재 권력에 의한 정보 독점과 감시 사회의 도래 등 새로운 형태의 권력 집중과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 자본주의적 패권의 맹점
저자는 지식이 기존의 폭력이나 부를 대체하는 새로운 평등한 권력 자원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보와 지식을 생산·유통하는 인프라는 거대 자본을 쥔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다. 즉, 지식 권력은 자본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와 결합하여 오히려 기존의 경제적 불패를 더욱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3. 자의적이고 모호한 개념 규정
무엇보다도 저자는 '지식(Knowledge)', '권력(Power)'과 같은 핵심 개념을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과학적 데이터인지, 단순 정보인지, 사회적 통찰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사용함으로써, 학문적 엄밀성과 분석의 날카로움이 떨어진다.
4. 거시적 예측 중심의 현실성 결여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제3의 물결)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개별 국가의 문화적 특성, 지역적 갈등,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미시적인 권력 투쟁의 역학을 단순화하여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서구 중심적, 특히 미국 중심의 패권적 시각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어 비서구권 국가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를 보인다.
5. 파편적이고 산만한 저널리즘적 서술
전반적으로 이 책은 학술적인 연구서라기보다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와 방대한 사례 나열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정보와 일화들이 산만하게 얽혀 있으며, 체계적인 논리 전개보다는 직관적인 통찰에 의존하고 있어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들이 산재한다.
요약하자면, 토플러의 <권력 이동>은 날카로운 미래 예측서라기보다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복잡한 사회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기술적 낙관주의를 포장한 '고급 저널리즘 보고서'의 한계점을 보이는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