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7년경, 본고장인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비소설분야 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腦內 革命』은 제목에서도 암시되듯 이,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되는 메리트로서의 뇌의 기능을 십분발 휘해서 '살맛나는 인생'을 살아보자는 내용을 담고있는 책이다. 일반 단행본들에 비해, 책의 사이즈도 작고 깜찍하게 디자인 되었 을 뿐 아니라 그에 비해 큰 활자에, 하드장정으로 덮인 이 책은 매력적으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도 어찌보면 일반 독자들과 엇비슷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연히 「시사저널」7월초 에 발간된 어느 특집을 보니, 「뇌호흡」이라는 책과 그것을 창 안한 사람의 강의로 인해, 국내의 몇몇 소아들이 그 책을 탐독한 결과,'투시'능력을 연마해서 눈가리고도 책을 읽어내리는 장면이 도판으로 수록되어있었던 것이다.
그 만큼 뇌의 활용을 집중시켜서, 주의력을 한곳에 모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데, 나처럼 산만하고 집중력 빵점인 사람은 솔깃하 지 않을 수 없는 기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뇌호 흡」말고도, 지금 소개하는 『腦內 革命』이라는 일본 著者의 책 도 간단히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었고, 나도 일전에 서점에서 몇 번 뒤적인 기억이 있었기에(* 뒤적이기만 하고 구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표지만 깔끔하고,,기존에 나온 뇌운동이 니, 우뇌발달촉진법 운운하는 책과 크게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 다.)다시 나를 충동질 한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 하다. 2.뇌의 모르핀이 삶을 즐겁게 하고,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데, 모르핀 분비를위해서는 삶을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3.술과 담배를 하더라도, 부담감(건강에 해롭다라는 생각)을 갖고 대하 지 않으면, 뇌에서 모르핀이 나온다. 4.격렬한 운동은 몸에 해로 우니, 가벼운 맨손체조를 익히자. 5.고단백질,저 칼로리인 음식 을 섭취하라.? 저자가 강변하는 내용은 하나도 새로울게 없는 건강수칙들이 다. 더 나아가, 한가지 문제삼을 것은 책 제목에 기대어서 괜히 수험생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으로 오인해선 안된다는 것. 왜냐면 뇌의 활용과는 그다지 상관없이 이 책은 일반적인 건강지침서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있기 때문이다.
또, 책중간중간에 예고없이 (?) 튀어나오는 '조물주가 어쩌고...' '창조주의 의지가 작용하 고...'하는 식의 종교적 발언은 특히 눈에 거슬린다. 그렇다. 이 책은 해악은 종교적 교훈주의를 본문속에서 수시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새 교내폭력이 니, 인륜의 붕괴니 하는 것을 한탄하면서 그런것을 바로 잡기위 해서라도 긍정적인 플러스(+)사고와 정신건강이 필요하다는 식으 로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들을 자신의 건강증진법의 사례에 끌어 들여서 논의를 진행시킨다는 점이다. 저자의 요지는 간단하다.
삶의 모순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즉 비판의지를 최대한 억 제하고) 나쁜것도 좋게 보아 넘길때,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 다는 것이다. 정말로 건강이 이 세상의 지상과제인 50-70대 중,노년층에게 적 합한 설법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건강은 중요하다. 하지만 저 자는 분명히 해야할 것이 있다. 그가 강변하는 건강은 외면상 드 러나는 '육체적 안정감', 그 이상은 아니다.
그에게 절망이니, 좌절이니, 자살욕구니, 하는 것은 한 켠에 몰아넣고는 인생에 있 어서 불필요한 요소로서, 설레임 없이 이분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본받아야 마땅한 삶의 사례나, 인물상을 보면, 그들도 모두 하나같이 긍정적인 삶만을 추구했는가? 니체는 어떤가? 보들레르는 또 어떤가? 쇼펜하우어는 어떤가? 그들의 비관주의와 허무주의는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만으로 거 세되어야 하는가? 『腦內 革命』의 著者가 지향하는 인간상은 그야말로 비판의지가 최대한 거세된 수동적인 인간상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