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무제표’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이직을 할 때마다 지인에게 ‘이 회사 괜찮을까?’ 물어보면 그 지인은 그 회사의 ‘재무제표’를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회사가 ‘별루다, 괜찮다’를 말해줬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더니 회사가 신기하다고 했다. 매출액은 크지 않지만 회사에 차입금 즉, 대출금액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 대표이사의 성격이 보인다고 했다. 그 사람은 회사가 신기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지인이 더 신기했다. 그래서 재무제표가 회사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실제로 재무제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수업 들으면 우리 직원들 수익률이 몇 프로나 오르는데요?"
저자는 강의를 하러 간 곳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받고 애써 만든 교안을 모두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확-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확인한 사실'과 '얻게 된 깨달음'에 대한 첫 번째 보고서이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만드는 IR자료나 언론 인터뷰에는 장점만 드러난다. 하지만 감사 보고서는 다르다. 숨기고 싶은 부분도 법률에 따라 기재하고, 반드시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거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가 내세우는 광고만 보고 물건을 살 것인가, 아니면 실사용자의 후기를 함번 읽어보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는 것의 힘은 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보는 것'에서 아는 것의 진가가 발휘하기 시작한다.

재무제표를 보는 것은 기본적인 낙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운동에서 낙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면 넘어질 때, 크게 다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재무제표를 알지 못한채 주식을 하게 된다면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런데 주식이 추락할 때,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억울하지 않는가? 기본인 낙법을 배우지 못해 크게 손실을 보게 된다니 말이다. 최대한 추락할 때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낙법'인 재무제표 보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전자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A사와 B사가 만든 제품이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부분이 같아 보이고 가격도 차이가 없다. 만약 두 회사의 손익 계산서가 다음과 같다면 어느 회사 제품을 사겠는가?
위와같은 재미있는 질문들이 책에 자주 등장한다. 나는 이 때마다 곰곰히 생각하고 답을 냈다. 위의 경우에도 매출 원가 부분을 보면 A보다 B회사가 더 크다. 이 뜻은 제품을 만들 때, 더 좋은 품질이라던지 더 많은 부품들이 B 회사의 상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판매비와 관리비를 살펴보면 A가 훨씬 높다. 광고비에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A와 B사의 제품 가격이 같더라도 위와 같은 추가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B를 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모른 채 광고만을 보고 제품을 산다면 아마 A제품을 샀을 것이다. 아마 유명 배우들이 광고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눈에 보이는 정보들 이외에 보이지 않는 정보들을 간파할 힘이 생긴다. 바로 재무제표를 읽기만 하면 이러한 정보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위의 정보는 매우 수준 낮은 정보에 속한다. 다만.. 설명하기 쉬워서 가져왔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저자의 시니컬한 태도 때문이었다. 아마 책이기 때문에 적나라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에서 책을 쓴 것이겠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감정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저자의 실제강의를 듣고 싶어졌다.) 비현실적인 수익률은 꿈꾸지 말라던가 "Too good to be true"라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에 나는 심히 공감했다. 나도 그랬고 철이 없을 때는 좋은 것이 좋은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그런거 개뿔없다. 철저히 give and take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너무 말도 안되는 것들이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면 무시하고 자신이 배운 정직한 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어디에선가 반드시 고꾸라지고, 뒷탈이 난다. 저자는 거추장스럽거나 허영심을 말끔히 털어버린 담백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책에서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얄짤없는 투자의 세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일어서라고 조언한다.

"책을 너무 빨리 읽지 않아도 좋다. 필자는 이 한 권의 책을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7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러니 독자가 이 책을 1년 동안 구상하고, 읽어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6년의 세월을 절약하는 것이고, 한 달에 걸쳐 읽는다면 다시 12분의 1을 절약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필자만큼의 내공이 금방 쌓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 건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6년 10개월은 '고민하고 생각하는 일'에 썼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재무제표와 투자에 대해서 그만큼의 '고민과 생각'을 해야 온전히 자기 것이 될 것이다."
당신은 여태껏 몇 년이나 걸어 다녔는가?
"20년 넘게 걸었으니 이제 당신은 걸음걸이에 있어 전문가인가? 필자는 40년 넘게 걸어 다녔지만, 여전히 휘청휘청 걷는다. 오히려 교정이 필요한 걸음걸이다. 독자들 대부분도 20년 넘게 걸었다고 해서 모델만큼 매력적인 걸음걸이를 가졌다고 하기는 힘들 게다. 생각 없이 오랫동안 반복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이 보배들을 알고만 있으면 무익하다. 이 보배들을 실제 삶에 적용시키고 수익을 내서야 비로소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힘들게 《 재무재표 모르면 주식투자 하지말라》를 읽은 이유는 회계사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재무재표를 알려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주식 투자를 해서 수식을 내게 하려는 것이 목표다. 조금더 정확히 말하면 주식 투자해서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수익과 관련한 내용은 이 책 맨 마지막 챕터에 등장한다. 그러면 수익을 어떻게 낼까?

저자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 이 내용을 읽고 나도 짐짓 당황했다. "뭐..뭐라고?" 그런데 투자 원칙을 고려하면 이 문장도 정확하지 않다. 정확한 투자 법칙은 다음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이것만 지키면 절대 지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이 질문이 나오게 된다. "HOW(어떻게?)" 그 후로 주식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들(PER, PBR, PCR, NAV, DCF 등)이 등장하는데 사실 추가적으로 내 노력이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리뷰를 간단히 쓸수 있을만큼 내가 소화를 시키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결론은 말미에도 나오지만 3개로 요약된다. 첫째, 투자할 때 재무제표는 꼭 보라. 둘째, 깡통 차고 싶지 않으면 최소한 관리종목 편입이나 상장폐지의 위험이 없는지는 확인하라. 셋째,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S-RIM으로 적정주가를 산정하라. 여기에 내가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줄이다. 넷째, 주식 투자로 망하고 싶지 않은 분들은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지금 당장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