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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이님의 서재
  • 98%의 미래, 중년파산
  • 아마미야 가린 외
  • 12,600원 (10%700)
  • 2016-10-01
  • : 267

 

현재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자. 그 반면에 현재의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손을 내리자. 여러분들은 전자인가? 후자인가? 『중년 파산』이라는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것이다. ‘아니 대체 어쩌다가 우리 세대(20대~40대)가 이렇게 된거지?’ 호빵님의 강의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왜 현재 우리 세대가 그리고 일본 세대가 먹고 살기 힘든건지 그 흐름이 파악되지 않았다. (이유를 알지 못해서 당하는 거라는 호빵님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현재 일본의 20대는 취업난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입사 원서를 내면 모두 합격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신문 기사로도 나왔다.) 이 내용은 한근태 저자님의 특강에서도 언급된 내용인데 일본의 사회 구조를 따라가는 한국의 특성상, 우리 나라도 몇 년 뒤면 취업난이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질 거라고 예측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 중에 하나가 바로 인구론을 공부하면 된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억울했다. 왜 하필 열심히 살면 그래도 살아졌던 우리 부모 세대와 우리 후대에게 ‘낀 세대’로 가장 팍팍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책에서는 중년 파산이라고 선언했지만 그 뒤를 잇는 청년들의 삶도 밝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수치는 상대적 빈곤율로, 국민 상위 50%인 사람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많은 신문 기사에서 ‘고령사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보면 고령자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고. 다만, 곤란에 처한 고령자도 있고, 월 평균 4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도 있기에 그 격차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고령자의 빈곤 문제는 개선되는 추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내용은 고령자들의 어려운 상황이 매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정작 진실로 힘들어지고 있는 세대는 바로 30~49세, 50~64세라는 것이다. 이제 고령자들보다 청년, 중년 층의 파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장에서는 현재 중년세대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세대가 어떻게 이어져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펼쳐질지 그 담론에 대한 이야기다. 1장의 제목은 '누가 중년에게 파산을 선고했는가'였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일본의 기업들이 그러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대기업들은 일종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 70년대 경제개발 시절 정부의 도움으로 발돋움했던 기업들이 대부분 현재의 대기업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경제 개발 시기에는 지원자가 입사 원서만 내면 합격이었다. 신의 직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갈 수가 있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 둔화 시기에 접어들자 기업 성장률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취업문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좁아진 시기가 아마 내가 졸업한 무렵 그 언저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발랄한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일'이 사라진 시대가 우리의 미래다. 로봇이 이젠 인간의 대체 노동력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2장은 '고단한 삶의 끝은 어디인가'다.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리는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자신들의 실제 삶에 대한 담화를 글로 적어놓은 부분이다.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취직의 씨가 말라버린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약 사원이나 파견직으로 버텨 온 사람들을 의미한다. 2015년에 이들의 숫자가 일본에 273만 명이 있다고 보았으며 버블 붕괴 후 1994 ~ 2005년 무렵 취업 대란 시기에 구직 활동을 했던 잃어버린 세대들은 어느덧 40대를 넘긴 중년이 되었다. 과연 중년이 된 그들의 삶은 청년 세대에 비해 많이 발전하고 변화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너무나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 가운데서 IS 입단을 우스개소리로 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2015년 일본인이 직접 참수된 후로는 IS 입단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습이 어째 낯설지만은 않아 보였다. 재작년쯤에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듯한 분위기로 매일같이 뉴스가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내 옆에 근무하고 있던 동료는 전쟁을 대비해 실제로 '쌀'이나 '가공식품'을 실제로 구매까지 했었다. (삶에 대한 애착이란) 그런데 나는 오히려 '될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이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과 지금 나의 상황이 내가 느끼기에는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를 엄청난 회의주의적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만큼 나에게 현실은 잿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3장은 평범한 삶의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파견직을 전전하며 사는 사람들을 심층 취재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총 12명의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놀랄만한 내용은 없었다. 한국에서도 한 번쯤은 뉴스로 접했던 사례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 사회와 한국 사회는 정말 닮아있다. 단 한 번의 탈락, 단 한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사회생활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나름의(?) 정상 궤도로 올라오기가 매우 힘들었다. 힘든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처럼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 것이 나의 변화라면 변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 4장의 제목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였다. 그런데 내가 느낀 4장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였다. 다른 장들에 비해 분량이 너무나 적었다. 4장의 첫 페이지가 217에서 시작하여 238페이지에서 끝난다. 책의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4장이 시작되지 않아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희망 부분이 책 분량에 비해 짧아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실제적인 방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하면 좋겠다'라는 이상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실제 개선 사례로 등장하는 내용도 중년이나 청년 세대가 아닌 노령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노령 문제의 답은 중년 문제라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완벽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사회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문제 또한 '시간'만이 답인걸까? 한 가지 바램은 정부에서 이 계층 간의 빈곤 문제에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노령 세대와 청년 세대는 어느 정도 국가에서 보장책이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세대가 바로 중년 세대다. 그들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퇴직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시기에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제도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 제도적인 지원을 떠나 개인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직장이 자신의 평생 보호막이 되려는 생각은 이미 벗어던져야 하고, 스스로의 힘과 몸값을 키우는 일에 적어도 주말이라도 할애하자. 성실히 일해도 배고픈 노년이 아니라 성실히 일하면 배고프지는 않는 노년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최소한 체력이라고 기르자.  미래에 대한 암울한 자각을 일깨워 주는 책 『중년파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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