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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된 양파
한 겨울
마른 먼지가 이른 아침을 가를 때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다
양파를 두 동강내
한 쪽이 썩어
부엌 창틈에다 놓았었다
한 한달 쯤 되었을까
썩어가던 양파 속에서
새순이 삐죽삐죽 나오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다 썩어가던 양파 이었는데
그 안에 또 다시 무언가가 올라오다니
화들짝 놀라면서도 신기하여
빙그레 웃었다
좋아 너 지켜보겠어! 아는 척 했다
다시 한 달이 흐른 것 같다
부엌에서 무심코 창틈을 보는 순간
아니 이게 왠 일인가
파릇파릇한 새순은 어디가고
냄새도 나지 않는
푸런 곰팡이만이 군데군데 피어
붉게 변해버린 송장이 돼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왜 무엇 때문에 떠나버리고 형체만 남았어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곳이지만
난 혼자서도 버텨내며 살아가다
너를 만나 좋아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