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포
벗과 양제천 징검다리 건너
하늘이 햇살로 내 앞에 벌겋게 펼쳐지는 오후
흘러가는 강물 사이로 퍼질러 앉아
강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갈대 위에
잠자리 앉아 있음을 곁눈질하며
말없이 오백드리 캔들을 픽하며 딴다
얼마만의 회포인가
가눌 수 없는 눈물이
창자를 타고 강물 위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십여년 속절없는 강 줄기 따라 갔건만
펑펑 흘러 내려가는 눈물만이 내 깊숙이 박혀 있는데
강물은 내 옆을 능청맞게 부딧끼며 흘러간다
능청맞게 흘러가는 강물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내 넝마지기처럼 움푹 쌓여있던 悔恨의 눈물들을
마치 엄마의 젓 가슴에 내 머리를 말없이 푹 묻게 만들듯
한없이 풀어주며
술에 취하지 말라고 같이 울어준다
한참이 지났을까
내 흐르는 눈물은 어디가고
희석되어 출렁이며 흘러가던 강물이
밤 하늘 달빛과 친구가 되어
조각조각 흩어진 나를 어루만져 준다
옆에 있는 벗도 말없이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조각조각 흩어져 흘러가던 눈물
강물과 하나가 되어
달빛이 은은히 비낀 물결에
세미한 정적과 함께
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소리 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