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작은 서재
  • 관리자들
  • 이혁진
  • 12,600원 (10%700)
  • 2021-09-03
  • : 1,564

  이 책을 읽고 손으로 독서기록을 쓴 21년 11월 19일과 이 글을 업로드하는 22년 1월 19일, 단 두달 사이에 많은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건물 붕괴 사고와 노동자의 추락 사고를 보도하는 뉴스를 보는 내내 이 소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선길'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채 일하고 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공사판이다. 그들은 한 도로를 공사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위험한 것 투성이이고, 안전 수칙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소장이 빠른 공사를 위해 많은 것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인부들은 쉬지 못한 채 일해야 하고 그 역시 소장과 시공 업체들의 압박 때문이다. 주인공격인 선길은 아픈 아이들 두고 회사에서 잘린 가장이다. 처음에 선길은 자신이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현장 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다른 인부들은 그런 선길을 조금씩 따돌린다. 선길은 소장이 지어낸, 있지도 않은 맷돼지 야간 경비 업무를 맡는 등 소외되고 고립되어 간다. 그러던 중 선길의 아들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선길은 그 사건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 선길에 대한 반장들과 소장의 평가도 날로 좋아져 선길은 다음 공사에서 다른 팀원들을 이끄는 반장이 될 상황까지 간다. 

  정초가 다가오면서 소장은 공사에 속도를 내려 하고, 인부들을 압박해가며 휴일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다. 지친 인부들은 현장에 몰래몰래 술을 가져와 마시고 점점 술판의 규모는 커진다. 다른 인부들이 모두 술을 마시고 목씨와 현경, 선길만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선길은 안전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현장에서 머리를 부딪혀 즉사한다. 소장은 선길이 술판을 벌이던 주동자이며 성실하지 못한 직원이었다고 그를 불명예스럽게 깎아내린다. 어느새 인부들까지 포섭한 소장은 마지막으로 현경을 설득하려 하지만 선길의 아내를 직접 마주한, 선길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현경의 마음은 자꾸 진실을 밝히는 쪽으로 기울어간다. 현경은 결국 선길이 장비에 설치해둔 카메라의 메모리를 선길의 아내에게 보내고 선길이 데려온 개를 잡아 먹으려는 소장과 인부들에게로 장비를 몰고 돌진한다. 솔직히 마지막은 정말 판타지에 가깝다고 본다. 권선징악적 마무리니까. 하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이진 않다. 소장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를 인부들에게 먹이며 생색을 냈고 선길이 죽자마자 그가 데려온 개를 잡았고... 어쨌든 짬을 뒤집어쓰는 결말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경은 그 개를 잘 치료해줬겠지, 목씨는 앞으로도 현장 일을 하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결국 선길의 아내에게 생각이 닿는다. 선길의 아내는 어떻게 했을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소장의 말이 이상하게 머리에 맴돌았다. 맞는 말인데, 전혀 틀린 말이라서 자꾸 생각이 난다. 죽은 사람은 죽었다.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산 사람이 살자고 죽은 사람을 매도하고 비난하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다. 살기 위해 규명하는거고 살기 위해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많은 인부들의 죽음 중 하나가 아니라 선길의 죽음이라는, 특정적 사건으로만 불릴 수 있도록.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