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 보다 시리즈는 문학과지성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성실하게 출판해오는 기획 도서다. 계절마다, 발표된 소설 중 주목할 의의가 있는 단편 소설들을 묶어서 출판하거나, 한 해에 발표된 시 중 여러 편을 묶어 출판해왔다. 특히 『소설 보다』 시리즈를 챙겨 읽을 정도로 선호하는지라 이번에 sf 소설들을 묶은 기획 도서가 나와 감회가 새로웠다. 순문학과 장르 문학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해당 도서의 가제본를 접해서, 읽고 서평을 남길 수 있었다.
얼음을 주제로 집필된 여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있어, 단순히 재밌다를 넘어 무언가를 향유할 수 있는 지점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해당 소설들은 가상의 공간, 과학의 발전, 상상이라는 미지 속에서 탐색되지 못한 것들을 그려 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실 속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품고 있다. 현실의 대안점으로 가상의 공간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공간을 가상으로 두는 것이다.
여러 편의 소설들 중 한 편을 살펴보자면, 곽재식 작가의 「얼어붙은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해당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행해왔던 이기심, 사회적 질서 안에서 이행되어 온 부조리함이 「얼어붙은 이야기」의 심연에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안에서 우리가 경험해왔던 것을 이야기한다. 가령 인간 본연의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생각들 예를 들어 되살기 위해서, 몇조 개의 별을 없앨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직장 생활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타자이기에 가능한 행동들까지. 그러니 우리는 해당 소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마주한다. 수치심을 느끼기도, 나 또한 이러했는가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니 『 SF- 보다』는 절대 가볍지 않은 책이다. 얼음을 매만지면 차갑다는 감각 다음에는 축축함이 이어진다. 해당 도서 또한 마찬가지다. 시리도록 차갑지만, 차가움은 일정한 시간 후에 사라질 것이다. 차가움이라는 감각은 무한하지 않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손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주하게 된다. 얼음은 녹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수건으로 물을 닦지 않는다면, 그러니 우리는 얼마간은 해당 도서를 읽으며 우리의 맨얼굴을 바라봐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이 사회를 바꾸지는 못해도, 조금은 나아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의 확신이 자라난다. 그러니 나는 이 글을 보게 될 당신에게 속삭이고 싶다.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 점차 커진다면 개인에서 더 나아가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고. 그 시작은 『 SF- 보다』임이 틀림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