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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ppet80님의 서재
  •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 16,200원 (10%↓900)
  • 2022-09-28
  • : 3,925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8년~1964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독립과 투쟁에 대한 장편소설이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갈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김주혜 작가의 수려한 문장과 박소현 번역가의 섬세한 번역의 하모니가 이루는 대작이란 느낌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드라마 제작 소식이 있다고 한다. 영상으로는 어떻게 비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는 주요 등장인물이 약 12명 정도다. 작가는 꽤 많은 인물들의 특징들을 다양한 각도로 표현했다.


시간은 모든 감정의 진폭을 납작하게 눌러버리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진짜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지울 수는 없었다.

p.359


등장인물들의 본성과 원칙, 또 그 사이에 있는 공백, 그리고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으로 충분히 묘사했다. 덕분에 나는 각 인물의 입장에서 소설을 재구성해서 볼 수 있었다. 시대적 배경에서 누군가는 누리고, 또 빼앗기고, 어떤 이는 타협하고, 또 배척하고, 상대적으로 이용하며 살아가지만, 그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주도적 삶을 선택한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수동적 삶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삶을 개척하는 모습이 흡사 야수와 같았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소박한 삶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 p.291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심지어 한국인에게 너무나도 무자비하고 야비했던 그 일본인들조차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빼앗아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빼앗긴 개인의 삶, 우리의 삶은 그 시절도 지금도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러한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부는 데도 그 씨앗들은 모두 단호하게 제각기 다른 길을 택해 사방으로 나부끼며 날아갔다. 작은 땅의 야수들, p.480


<작은 땅의 야수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 문장을 꼽고 싶다. 야수들의 삶, 우리 모두는 개인이 가직 영적인 힘으로 살아간다고 믿는다. 시간이라는 바람을 타고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각자의 모습. 그 모습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소설 속에서는 옥희는 이모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말소리를 이 씨앗에 비유한다. 씨앗들이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하염없이 공간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허공에 맴도는 걸 느꼈을 때 이모의 죽음을 깨닫는다. 가닿지 않는 목소리, 돌아오지 않는 음성. 삶과 죽음 사이에서 단호하게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야수의 삶, 그리고 그 삶을 버티게 해주는 영적인 힘. 다른 모양이지만 꿋꿋하게 견디게 하는 그 힘이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마치 살아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 곳곳에 보이는 모티브,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 일제 강점기 시대를 겪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투사들의 헌신과 기생의 역사를 재조명해 준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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