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어요.
소설을 읽기 전, 뒷 표지에 실린 두 가지 단서로 내용을 유추해봅니다. 유키히토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하나는, 딸 유미가 아내를 죽였다는 것. 또, 15년 뒤 누군가에 의해 꽁꽁 감춰진 비밀스러운 사건이 드러나려 한다는 것.
이 두가지를 연결할 고리에 반전에 기대하며 읽었어요.
이 작품이 앞으로 내가 쓰는 작품들의 막강한 라이벌이 될 것이다- 미치오 슈스케
<용서받지 못한 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미스테리 본연의 재미에 찬착한 작품이라고 해서 사실 엄청 기대를 했지요.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사건의 복선이 되어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묘미가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반전의 재미보다 생각의 요소들이 몇가지 있어어요.
31년 전 산울림제를 준비하러 올라간 엄마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고 1년 후, 같은 곳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일명 하타가미의 독버섯 사건인데요. 엄마를 모욕한 네 사람 중 독버섯 중독으로 2명이 사망하고 2명은 중태에 빠지게 됩니다. 미해결 속, 한 가족은 고향마을 하타가미를 떠납니다. 아버지는 의심을 받게 되고 누나는 번개를 맞아 한쪽 귀가 망가지고 몸에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생겨요. 아들은 이 사건을 매일 떠올
<용서받지 못한 밤>의 아들 유키히토의 시점으로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축이되어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딸 '하나'의 의 실수로 아내가 죽게 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하타가미 독버섯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알아서는 안되는 사건들을 가진 유키히토는 늘 불안했을 것 같아요. 또, 그만큼 궁금했겠죠. "본다는 것은 보지 않는 것과 같다." 그의 말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봐서는 안될 것을 또 보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 유키히토. 이야기 끝 마주하게 되는 진실 앞에 등장 인물들은 '신'에게 의지 한다고 합니다. 사실 자신의 두려움과 용기없음을 그렇게 달랜거죠. 자기합리화로 마음에 안정을 누리기 위해 신을 언급합니다.
소설을 읽은 후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하나, 시노바야시, 아사미가 죽은 그 밤이 용서받지 못한 밤이었을까요? 용서받지 못했다면 용서하는 대상은 누구인가요?
제가 본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는 대부분 신적인 존재가 등장했는데요. 신은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책의 배경도 신사이고 이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며 사건이 시작하지요. 만약 용서하는 대상이 <신>이라면 저자는 왜 책 끝에 "이 세상에 어떤 신도 없다."라고 결말을 지었을까요?
419페이지 마지막 문단은 <용서받지 못한 밤> 전체 내용을 요약한 것 같아요.
'불운의 시초가 뭐였을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걸까요?
개인적으로 그는 불운의 시초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엉겅퀴는 벼락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꽃이래 - 용서받지 못한 밤, p.421
엉겅퀴를 좋아했던 엄마, 엉겅퀴 이름을 가진 누나, 아이러니하게도 벼락을 지켜주는 꽃말이 무색하게 그들은 죽지요. 하지만 그들은 죽음으로 누군가를 또 지키게 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저마다 삶을 살다가 무덤 밑에, 바다 밑에 끊임없이 잠든다.(p.422)
저자는 삶과 죽음을 신의 섭리보다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는걸까요? 엄마의 억울한 죽음과 부조리에 신의 개입은 없었고 또 신의 능력으로 해결되지도 않았던 것죠.
살의는 분명,언제나 수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겁니다. 그 대부분이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그저 운이 좋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벼락처럼, 끌어들이는 요소와 응하는 요소가 우연히 맞닥뜨려서 살인이 일어나는 거겠죠. 약간의 불운이 살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거예요. 용서받지 못한 밤, p.419
정말 신은 없는걸까요? 그저 우연일까요?
같은 꽃인데 키우는 곳마다 키가 다른 게 신기해서 고모한테 물어봤었지. 그랬더니
해님을 보면 쑥쑥 클 거라고 가르쳐줬어. 용서받지 못한 밤, p.422
그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어떤 신도 없어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자신의 안정을 위한, 일방적으로 내 수단이 되는 그 어떤 신은 없습니다. 화자인 유키히토의 말 처럼 사건 속 당사자는 객관성이 없지요. 그런 내가 입맛대로 신을 양념한다면 신은 절대성을 잃게 되겠지요.
세상의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절대적인 신 앞에 내 동기를 투명한지 보는 건 아닐까요.
오랜만에 읽은 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
뒷표지의 문구처럼 압도적인 수수께끼가 있긴해요. 하지만 너무 쉽게 풀었어요. 흐흐
마지막장 뇌신편은 너무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줘서 뭔가 김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독자 나름대로 추리한 것을 작가가 즐겨도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