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원작 책을 번역한 김욱 작가님의 에세이. 19년도에 85세 번역가의 생존 분투기를 담은 책 《취미를 직업으로 삼다》 이후 5년의 세월이 쌓여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가 출간되었다. 쇼펜하우어, 니체의 주역으로 유명하지만 나에겐 요시노 겐자부로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번역가로 더 익숙하다.
앞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이고, 불편함 속에서의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버튼 두번 톡톡이면 외국에서도 영상통화가 가능한 현재니까. 어차피 겪게될 미래보다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들의 삶의 경험과 조언으로 하여금 인생을 잘 살아내고 싶은 욕심도.
작가님은 일흔에 IMF를 겪고 새로운 돈벌이로 번역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200권이 넘는 책들을 열심히 번역하셨음.) 일흔에 쌓아온 가산(家産)이 사라졌을 때 그 절망감은 상상도 안된다. 무일푼이 되어 의료보험도 박탈되고 어느 문중의 묘막에 기거하게 된 경험(?)은, 그 시절의 박탈감과 모멸감의 경험들은, 김욱 작가님의 검은 글씨들이 되었으리라. 작가님의 파커 만년필 한 자루에서 나오는 문장들은 날개짓하여 나의 마음에 큰 위로와 행복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기차에서 이 책을 읽다가 내릴 역을 놓칠뻔했다.)
· 책에 작가님의 고달픈 인생을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솔직함 속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망하고 7년만에 다시 집을 마련했다구요!? 그것도 정말 대단하다구요!라는 생각도 들어서, 매달 이자 인생이라곤 하지만 유머있고 다정한, 그리고 박학다식한 옆집 할아버지같은 느낌이다.
· 최고의 문장을 쓰고 싶다는 열정과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는 담담함. 친구 곰돌님에게 본인 장례식장에서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으라는 엉뚱함. 그리고 친구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매일 글을 쓰는 부지런함. "나의 삶이 드물다는 평가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라고 하지만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정제되지 않고 완성되지 않는 시간을 누리며 멈추지 않는 걸음이 되고자 하는 작가님. "배움이 멈추면 죽음은 시작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르며 김욱 작가님이 구십세까지 즐겁고도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김욱 작가님의 백세 인생 수업,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