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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님의 서재
  •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27,000원 (10%1,500)
  • 2022-04-25
  • : 997
우리는 아마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대여섯 명의 위대한 작가들이 쓴 대하 장편소설을 주로 ‘러시아 문학’ 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수 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프랑스나 영국 문학에 비해
러시아 문학은 특정한 시기에 국한된 비교적 최근의 문학이며
소비에트 정부가 통치한 40여 년 동안에는 더더욱 사적인 취향, 새롭고 독창적인, 어렵거나 이상한 것들이 허용되지 않던 일률적으로 제한된 영역이었다.

모든 프롤레타리아 소설은 반드시 소비에트의 승리로 해피엔딩이 되어야 했으며
작가의 상상력과 자유의지, 표현에 분명한 제약을 두었으므로 사실상 주제와 결말이 법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그럴수록 독자의 영역은 더 중요해진다.
작품의 디테일, 메시지, 작가의 의도와 즐거움, 말할 수 없던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읽어내는 힘.


나보코프는 훌륭한 독자이자 비평가로서 러시아 문학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탐구한다.
194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나보코프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모은 이 책은 무시무시한 제목과 분량에 비해 매우 생생하고 재미나게 읽힌다.
(그리고 책 자체가 정말 고급스럽다. 소장용 강추!)

실제로 강의를 들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울 정도로 비평이라는 장르를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며 맛깔나게 이끌어 간다.

인물 별로 다르게 흘러가는 타임라인 (안나 카레리나) 등 소설 속에 배치된 디테일한 장치 분석이 흥미로움은 물론이고, 라스콜니코프 정신병자썰 (죄와 벌)과 함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다소 냉정한 평가도 새로웠으며,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가장 예술적이고, 완벽하게 정교하다고 평가한 개인적 취향도 만나볼 수 있다.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읽었다면 아는 작품을 되짚어가며 새롭게 다가오는 재미로
아직 읽지 못했다면 언젠가 만날 대작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쌓는 즐거움으로
이 거침없고 날카로운 나보코프 교수님의 명불허전 강의에 알람과 광클이 필요 없는 수강 신청을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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