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욕망
MANG 2022/01/23 17:42
MANG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서영동 이야기
- 조남주
- 13,500원 (10%↓
750) - 2022-01-19
: 1,070
투기에 혈안이 되어 눈이 시뻘게지는 것도 아닌데
그저 가족 구성원들이 마음 편히 거주하고 싶은 소박한 바램일 뿐인데
‘집’이라는 주거 공간이 자산가치로서 평가 받고 재테크 수단이 되는 세상에서
어느 동네의 어느 아파트 단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그런 것들이 그 자체로 나를 드러내는 신분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
많은 욕망과 가치관이 부동산과 연결되지 않을 도리란 도무지 없으니 그것에 진정으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서영동이라는 가상 속 서울의 어느 동네.
비교적 저평가 되어있으나 교통과 주거가 편리하며 학군 분위기가 좋은 곳, 이곳에 사는 평범한 이웃들의 익숙한 고민과 딜레마를 투명하게 담아낸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내내 불편했다. 지독한 현실 반영과 문제의식은 작가의 명성답게 날카롭고 훌륭했다.
⠀
그런데 특히 <샐리엄마 은주> 라는 단편 말이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돌아서니 꽤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전작들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공감하며 연대와 변화를 꽤나 강조해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여적여 여성혐오 정서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엄마들끼리의
⠀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임.출.육을 겪고 난 지영씨의 신분 하락과 처우 변화에 짙은 연민을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그 또래 여성이 아이를 기관에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학부모가 되어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생겨나며 시작되는 비교와 경쟁심리를 묘사한다.
⠀
거참, 유독 엄마들의 세계에 대한 편견이 참 많은데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엄마들 모임’이 정말 그렇게 가식의 가면을 쓰고 서로 어머 호호 해놓고 뒤돌아서면 부들거리는 관계들이 흔한가? 어딜 가도 내 새끼 생각만 하느라 주변에 민폐 끼치는 이기적인 엄마들이 정말 그렇게 많은가?
⠀
말 많고 탈 많은 스카이캐슬식 캐릭터들은 지나친 설정과 편견 같으면서도, 또 어떤 이들만의 서열과 리그가 분명하게 있는것도 같으면서도, 그것이 일부인지 대다수인지도 알 수가 없다. 막상 그 안에 풍덩 들어와 있는 나부터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어느 집단에서나 그렇듯 극히 일부일테고 대부분은 과장이고 혐오 같다.
⠀
집값이나 교육 문제로 서로 보이지 않는 날을 바짝 세우고, 저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이길래? 온갖 스펙을 비교하며 괴로움에 시달리면서도 ‘그런 여자들’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느라 오히려 혼란스러워진 자아에 대한 묘사, 오해와 적의에 맞서느라 애쓰는 지겨움.
⠀
그래서? 도대체 그런 여자는 어떤 여자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어떤 여자인지에 대한 지긋지긋한 의문들, 그러면서도 생협에 들러 유기농 식료품을 사서 돌아가는 길에 저 여자는 몇 동에(정확히는 몇 평에) 살까 끝끝내 궁금해하는 모습까지
매번 그런 식의 속물적 욕망은 왜 늘 여자의, 아니 이제는 엄마의 몫인가?
⠀
김치녀가 아니라 개념녀가 되기 위한 자기 검열에 시달려온 여성들이 엄마가 된 후에도 ‘그런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게 현실인 건 맞는데, 이 묘한 불쾌감은 뭘까
⠀
‘그런 직원’ ‘그런 남편’ ‘그런 선생’ ‘그런 정치가’ 또 그런..그런..그런….???
세상 어떤 특정 직업이나 역할에 매번 이렇게 ‘그런’ 악의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의문스럽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또 그 안에서마저 여성의 상호혐오를 부추기는 원인이 무얼까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나 역시 읽는 내내 뜨끔하고 부끄러웠다. 그러고 보니 작가는 아마 그 지점을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뒤늦게 깊은 깨달음이 온다. 나머지 단편들도 너무나 궁금하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