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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님의 서재
  • 마니에르 드 부아르 5호 Maniere de voir ...
  • 브누아 브레빌 외
  • 17,100원 (5%540)
  • 2021-09-27
  • : 222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마니에르드부아르 #manierdevoir


환경, 국제, 종교,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매 호별로 한가지 주제를 깊이 진단하는 방식으로 발행되며 매 호마다 시의성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관련 기사들을 발췌하고, 전문성 있는 필진들의 글을 차곡차곡 담아 독자들에게 폭넓고 깊은 사유를 선사한다.

 

<VOL.5 도시의 욕망>편에서는 현대인에게 도시란 어떤 의미이며 도시는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주제로 삼아 여러 시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COVID-19 이후 완전히 달라져 버린 도시의 기능적 역할과 전염병에 더 취약한 밀집된 환경, 여실히 드러난 불평등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진단한다.

 

집값 문제로 친구와 이야기하며 진짜 능력자들은 지방에서 여유롭게 살지 않느냐며, 비루한 일자리나마 수도권에 죄다 몰려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집값과 복잡한 인구밀도를 견디며 근처에 어떻게든 붙어있을 수 밖에 없지 않으냐며 한탄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재택근무 덕분에 통근 거리의 물리적 한계가 극복되고, 인프라를 누리는 도시의 혜택이 팬데믹으로 금지당해 사라진다면 이렇게 터무니없이 비싸고 좁은 아파트에서 복닥거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지방 소도시의 마당 딸린 넓은 주택에서 여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 때쯤,

전원생활의 로망과 도시탈출의 욕구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으리라 이야기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노동시장, 각종 서비스, 가족과 친구들과의 근접성, 좋은 학군, 투자로서의 부동산 가치 등등, 역시 이상은 현실이 되기 어려운가보다.

재택근무가 보여준 희망은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일까, Zoom과 아마존에 의존한 도시탈출일까, 아니면 그저 거대 온라인 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도시 확대에 불과할까, 책 속에 실린 몇몇 주제들이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파리의 테마파크화로 인해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들며 진짜 파리지엥/지엔느들이 1960년 이래로 60만 명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서울의 명동이나 인사동처럼 외국인 전용 관광도시가 되어버린 곳들이나 혹은 반짝 떠서 임대료만 폭등하고 지역 상인들은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상권에서 내몰리고 이제는 대기업 자본의 프랜차이즈로만 가득 찬 한 때는 힙했던 몇몇 동네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세계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

 

또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시골 마을’ 같은 문구로 입소문 난 마을들에는 공예품 가게들로만 가득하고 정작 사람 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업종들은 내쫓기고 만다. 파리의 관광 명소 근처에 원래 거주하던 주민들은 잘하지도 못하는 실력으로 샹송 라비앙 로즈나 파리의 다리 아래 같은 올드한 샹송만 주구장창 연주해대는 아코디언 연주자들이 집 앞에 넘쳐나서 괴로워한다. 관광객은 피아프의 히트곡을 연주하는 아코디언 선율에서 낭만적인 파리를 느끼지만 말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도 역시나 어디나 같은가 보다.

 

그 밖에도

총 4부로 나누어

대도시의 번영과 사회 불평등,

붕괴와 분열, 저항과 번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식처로서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공동화 현상,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경쟁,

불평등과 환경문제, 지속가능한 도시,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도시 등등

전 세계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담론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 칼럼은 쉽게 읽히는 내용들은 아니다. 

통계학적 관점이나 사회과학적 분석이 깊게 들어가 있어 주제에 따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공들여 읽을 만한 단단한 알맹이들을 담고 있기에 프랑스에서 바깔로레아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부생, 석박사 연구생들에게 필독서로 괜히 사랑받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사유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면, 특히 프랑스식 사유가 궁금하다면 마니에흐 드 부아흐!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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