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열시반
MANG 2021/08/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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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열 시 반
- 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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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 2020-07-31
: 2,795
시시한 사랑, 권태로운 결혼, 덧없는 인생, 족쇄 같은 의무.
창백해진 삶은 때로는 한없이 피곤하고 절망스럽다.
마리아와 남편 피에르, 마리아의 친구인 클레르와 어린 딸 쥐디트가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 9일 차, 마드리드로 향하는 길.
늦은 밤 거센 폭풍우를 만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잠시 머무르게 된 작은 마을, 묵을 방도 없어 호텔 복도 한 켠을 얻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마을에서는 열아홉의 어린 아내와 내연남을 총으로 쏴 죽인 치정 살인이 벌어졌고, 도주한 남편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수배 중이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경찰들은 밤새 교대로 마을을 수색하고 있다.
밤 열 시 반, 마리아는 번개의 섬광이 번쩍 비추는 순간 남편 피에르와 친구 클레르가 은밀하게 어둠 속에서 손을 맞잡고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와 동시에 우연히 반대쪽 지붕 위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로드리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동이 트면 발각되어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는 로드리고의 막다른 절망감에 몰입해버린 마리아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붕 위에서 그를 끌어내려 자신의 자동차에 태우고 마드리드로 가는 국도로 내달려 태양이 내리쬐기 시작한 어느 밀밭 한가운데에 숨겨준다.
코냑을 마신 채로 고속도로를 내달려 돌아오지만 무엇을 위해 돌아가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파국을 향하는 마리아의 내적 갈등은 충동적이면서도 관능적이다.
현실의 권태로움에 끊임없이 술을 마시며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 마리아의 심경처럼 작품은 내내 술 냄새를 풍기며 위태롭게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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