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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 무녀굴
  • 신진오
  • 12,420원 (10%690)
  • 2010-08-09
  • : 360

* 황금가지 <무녀굴>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글입니다.
*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녀굴>은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제주도의 감녕사굴에서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야기는 퇴마사인 주인공 진명과 감녕사굴에 깃든 원혼의 저주에 걸린 금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실 소설 <무녀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퇴마 : 무녀굴>을 알게 된 이후이다. 영화는 오는 20일에 개봉하는데,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올해 7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였다. 영화 <퇴마 : 무녀굴>은 올해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폐막작이었는데, 영화보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싶어서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무녀굴>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무녀굴>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굉장히 영화적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작가가 원래 영화계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소설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려졌다. 원혼의 등장을 알리는 방울 소리나 몇 가지 장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동시에 호러나 스릴러 같은 서스펜스류의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반전이나, 인물에 대해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 또한 영화적으로 느껴졌다.
  <무녀굴>에 등장하는 원혼은 복수심으로 마냥 미쳐 날뛰는 것이 아니라, 뱀과 같이 은밀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진행해 나간다. 원혼이 등장할 것임을 의미하는 방울 소리가 언급되는 순간에는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며, 그녀가 벌이는 기괴한 살육은 충분히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
 또 우리나라의 토속 신앙과 설화, 제주 4.3 사건이나 서북청년단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단체를 활용하는 동시에 변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이다. 주인공 진명은 일반적으로 퇴마사 하면 떠올린느 이미지와는 다른 외양을 가져서 독특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긴 하나, 과거의 일로 인해 마음 속에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금주를 비롯한 혜인, 지선 등의 여성 인물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우선 금주는 진명과 함께 <무녀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내 진명의 이끎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비록 이전까지 퇴마나 무속과 같은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의 가장 핵심에 있는 인물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진명과 함께 <무녀굴>의 투톱이라기보다는, 진명이 해결해야 할 사건의 중요 인물로 대상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남편 주열과의 사이에서 금주는 주열에게 존댓말을 하는 반면 주열은 금주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좀 낡아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혜인은 적극적으로 일을 이끌어나가려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한다는 점에서 입체적인 인물이지만, 후에 또 다시 만용을 부린다는 점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다. 자신한 것에 비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기도 하고. 그리고 진명 밑에 있는 수습 퇴마사인 지선은 혜인이나 원혼에게 휘둘리는 것 말고는 딱히 하는 일이 없다.
 그 외에 설화나 제주도 전통에 대한 설명은 다소 백과사전 같아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낮엔 일해야 ‘되요’라든가, 무언가를 ‘부스며’, 오늘은 우리집에서 ‘주무신데’와 같은 맞춤법은 집중을 흐트러지게 만들기도 했으며, 비문이 몇 군데 보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굉장히 집중해서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영화는 원작을 어느 정도 각색했다고 하니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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