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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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소소의책' 도서 서평단 모집 (발표 1/28) (컬처블룸★체험,리뷰,라이프,건강,맛집,뷰티,도서,영화,공연전시)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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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란 소설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입니다. 스칼렛 요한슨, 콜린 퍼스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되어 더욱 많이 알려졌죠.
그녀의 신작 글래스 메이커... 유리 공예의 성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현 이탈리아의 무라노 및 배경 도시 베네치아의 500년 역사를 다뤘고 이를 살아간 여성 유리 공예가 오르솔라의 500년에 걸친 삶이 그려집니다.
특이한 구조입니다. 외부의 시간은 흐르지만 오르솔라 및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 인연을 맺는 이들의 시간은 천천히 흐릅니다. 소녀였던 오르솔라가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개인적으론 수십여 년 정도이지만 역사 전체적으론 500년이나 흐르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집니다.
남성 장인을 중심으로 여성들은 그저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아주고 한낱 집안 일이나 봐야 했던 중세 시기... 유리 공예가 로소 가문의 딸 오르솔라는 과감히 자신만의 유리 작품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집안 남성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엄청난 고가에 팔리는 제품이 아닌 단순한 '유리 구슬' 제품들임에도 그녀의 작품들은 조금씩 시장에서 인정 받고 전 세계로 팔려 나가게 됩니다.
자유도시 국가로 존재하던 베네치아가 쇠퇴하고 유리 제품의 유행이 지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 로소 가문을 말그대로 그녀는 멱살 잡아 끌고 나갑니다.
그 와중에 최악의 유행병이던 페스트를 겪고, 연인과 이별하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기도 하지만 그녀와 가족들의 삶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딩딩하게 인생의 마무리 시점을 준비하게 됩니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터운 소설이며 베네치아의 역사 및 유리 공예라는 특정한 직업군을 다루기에 이 분야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면 다소 지루하겠거니 하는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역사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인물 들의 삶을 보는 것 또한 꽤나 재미있는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의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역사를 이뤄가는 것이니까요.
예전 이탈리아 여행 때 사왔던 싸구려 유리 공예품이 집 어디선가 뒹굴고 있을 것입니다. 어느새 의미를 잃어버렸던 기념품이지만 다시 보게 된다면 무언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때나마 무라노, 베네치아를 상징했던 찬란했던 역사를 되새김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