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당혹스럽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랄지, 인생을 살면서 와닿는 거대한 교훈이랄지, 또는 인간 내면이나 관계에 허를 찌르는 통찰이랄지 하는 것들이 모두 없다.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깔끔하게 없어서 뭘 찾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겠다.
한편으로는 재밌다. 이런 소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했다. <작가의 말>을 읽어 보니, “소설로 웃길 의도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도 없었다.”고 하니 목적을 반 이상 달성한 셈이다.
‘삼탈리아’라는, 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국가에 빈티지를 추구하는 요리사가 밀입국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김밥집 아들 ‘이원식’으로 삼탈리아의 요리사 ‘조반니’의 레시피를 얻기 위한 일종의 모험을 한다. 대략적인 게 아니라 정말로 전체 줄거리가 이러하고, 앞서 말했다시피 이 소설은 어떤 교훈을 남기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흥미로운 포인트 위주로 리뷰를 풀어보려고 한다.
‘삼탈리아’라는 가상의 공간: 작가가 만든 ‘삼탈리아’라는 가상의 국가는 50년 전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섬나라다. 분명 2와 3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그럴듯한’ 배경 설정에 진짜 있는 곳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시를 좋아해서 지역의 공무원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필수 과목이며, 택시비나 음식의 값을 새로운 시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치를 수 있을 만큼 ‘시’의 가치를 잘 아는 곳이다. 특히나 한국의 시가 현재 유행 중인데, 이런 설정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다.
시시껄렁한 유머와 능글맞은 어투: 의도하고 쓴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시시한 유머와 능글맞은데 어딘가 순수해 보이는 말투를 쓰는 등장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다. 그런 말투와 유머들로 인생의 진리를 ‘있어 보이지 않게’ 가르쳐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명료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소설의 교훈과 가치: 번역할 수 없는 외국어의 단어들, 형용할 수 없는 감정, 설명할 수 없는 맛 등을 이야기할 때에 언어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요성을 자각했다. 지나치게 의미를 추구하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