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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 헤르만 헤세
- 15,300원 (10%↓
850) - 2021-06-01
: 6,640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는 말을 남긴 헤세의, 나무와 자기의 삶을 연결하여 쓴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를 엮은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이기도 하고, 에세이는 처음 읽어보기도 해서 많은 기대를 했다. 지금 내게 현실적인 것들이 나를 많이 괴롭게 해서 헤세의 문장들이 어쩐지 감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공감도 했고, 감탄도 했으며, 위로도 받았다. 나무의 속성과 헤세의 문장력이 잘 합일되는 순간에 맞닥뜨릴 때, 정말로 같은 나무를 보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 잠깐 현실을 잊을 수도 있었다.
나는 특히 사람들의 욕심으로 있던 자리에 나무가 없어질 때에 속상해하던 헤세에게 동감했다. 내게도 좋아하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해서 내 애정이 깃든 그곳이 정말로 있었던 것인지 흐릿했던 경험이 있다. 내가 특별한 애정을 쏟던 대상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라 없어진 자리가 눈에 띌 때, 덜어낸 물리적 자리만큼 어쩐지 마음도 휑해진다. 비워진 자리를 보며 내가 그 대상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지 가늠이 될 때가 떠올랐다. 자세한 묘사와 포근한 애정으로 각각의 나무를 그려낸 헤세의 시선이 참 부러웠던 에세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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