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직 경찰서장이 쓴 미국 경찰에 대해 쓴, 보고서에 가까운 책이다. 제목이 ‘총과 도넛’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경찰이 있다. 강압적인 공권력의 상징인 ‘총’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찰이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지역의 치안만 신경 쓰면 되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 ‘도넛’을 들고 서 있는 친숙한 이미지의 경찰도 있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였지만, 이전의 한국 경찰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미국 경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비교가 되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나 총기 문화와 인종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하면서 총기 문화와 인종 차별이 실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서 내가 모르는 세계로 한 발짝 접근한 것 같았달까.
한국 경찰과 미국 경찰의 A부터 Z까지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경찰 조직 안에서 경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편견과 호기심이 앞섰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저자의 겸손도 배울 점이었다. 오히려 경찰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더 빠른 이해와 새로운 시선으로 독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