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임은비님의 서재
  •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전범선
  • 12,420원 (10%690)
  • 2020-11-27
  • : 629
오랜만에 책을 시원하고 깔끔하게 완독했다. 꾸역꾸역 읽는 것도 아니었고 집중이 안 돼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도 아니었다. 11월부터 나는 좋아하는 것에도 시큰둥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 서포터즈 자체가 부담스러워 한동안 쉬었는데, 이슬아 작가님의 추천사를 보고 마음이 일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전범선은 한국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특권의 울타리 바깥을 자꾸 본다. 타자의 자유를 곰곰이 모색한다. 본인의 자유만을 위해 살고 싶지는 않아서다. 전범선의 부지런한 사유에 동참하고 싶다. (…) 그리하여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함께하고 싶다. 사나이라는 말이 점점 우스꽝스러워지는 시대에 그 말에 담긴 좋은 가능성을 전범선에게서 본다.” - 이슬아 추천사 중에서

책 표지, 카피 문구, 작가의 이름까지 모두 각인이 쉬웠다. 작가의 자아나 문제의식도 그러했다. 자유를 좇는 사람이지만 자유로울수록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진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슬아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만이 자유롭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특히나 마지막 장에 “동물 해방”에 관한 생각들은 나의 많은 부분을 움직이게 했다.

“채식은 더 이상 시혜적 차원의 윤리 문제만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기후 위기에 맞서 인간 종을 보전하기 위한 투쟁 방식이다. 한시가 급하다. 소고기 좀 더 먹겠다고 아마존을 불태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171쪽)

이 책은 “1부 휘뚜루마뚜루: 나의 뿌리를 찾아서”, “2부 성균관 두루미: 나의 자리를 찾아서”, “3부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모두의 자유를 위하여”로 나뉜다.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언가를 ‘찾고’, ‘위하는’ 전범선이라는 사람의 목적들을 훑을 수 있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를 읽는 시간은 “전범선”이라는 사람이 살면서 해왔고, 하고 있는 고민들을 듣는 시간과 같았다. 그 시간들을 통해 많은 것들이 부서지고 지어졌다.
‘고민’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표준국어대사전)”이다. 그의 괴로움과 초조함에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명료해서 좋았다. 민사고에 재학할 때,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친미파 양성을 하는 학교에 대한 의문, 학교 생활에서 본질적으로 던지는 질문들, 다트머스 대학에 유학할 시절 가보지 못한 세계에서의 경험과 문화의 차이를 독해하는 시간들을 텍스트로 보는 것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들에 대한 관념들을 깨트렸다. 또한, 카투사 복무 시절 한-미 관계의 평등에 대한 단상들이나 책방 풀무질을 인수하는 과정들을 보며 나의 안일함에 대한 반성이 들었다. 비건으로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록과 동물 해방을 주장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또한 배울 점이 많았고, 앞으로의 나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 같다.

사랑이 많고 사랑을 잘 아는, 그래서 다정함을 나눠줄 줄 아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와 동시에 내게 어떤 것이든 각성하게 해주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두 가지 모두를 지니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작가에게서 그러한 가능성을 모색했다. 자기계발서로 기획된 이 책이 ‘부유(富裕)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유浮遊하는’ 사람의 이야기라 많은 부분 와닿았다. 작가가 준 선물 같은 깨달음들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지 당분간 공부해봐야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