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제목이 「나쁜 말 사전」이라길래 호기심 반 걱정 반의 감정이 들었다. '어린이들이 알면 안되는 나쁜 말들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으면, 교육상 나쁜 거 아니야?'하고.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책에서 이렇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가르쳐 주는 거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린이들도 사회 생활을 한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놀이 시간을 통해 친구들과 교류하고, 어른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좋은 말', '예쁜 말', '옳은 말'만 접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용하면 안되는 말, 일명 '나쁜 말'을 무조건적으로 "쓰지 마!" 그말 나쁜 거야!"라고 혼내기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가 있다. 왜 쓰면 안되는 지를 모른 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만 한다면 반발심이 들어 더 쓰게 되거나, 보호자 및 교육자가 없는 음지에서 더 활발하게 사용하고 더 안 좋은 말을 배워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나쁜 말 사전」은 왜 쓰면 안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고 대체어까지 안내해주고 있다.
그 방식이 스토리가 있는 동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어른들에게까지 권하고 싶을 정도로. 왜냐하면 정작 어른들도 (부끄럽지만) 아무 거리낌없이 쓰고 있는 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유일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책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의미들을 알았다면 일찍이 차별없는 표현, 혐오가 담기지 않은 표현 등을 사용했을 텐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건 좋은 신호일 것이다.
어린 세대들은 우리보다 더 건강한 표현을 쓰며 건강한 생각을 키워가겠지.
이런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평소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눈여겨 보는 편이다. 몇년 전 읽은 「어린이라는 세계」가 인상 깊었고, 「영화하는 여자들」도 좋았다. 이 두 책만으로도 사계절 출판사는 '믿고 읽는 출판사'가 되었다. 거기다가 「이파라파 냐무냐무」라는 동화책도 조카에게 선물했는데, 아주 좋아해서 지금도 이 책은 조카의 '최애' 동화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