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더부살이로 학교를 다니게 되는 설정이 엄마인 저는 추억이 돋기도 했어요. 30여 년 전에도 더부살이는 흔한 일은 아니었거든요. 주인공 진구는 소봉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교 공사로 인해 북봉초에 더부살이 하게 된 학생 중 한 명이에요.
당연히 북봉초의 텃세가 있을 걸 예상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북봉초의 운동장 텃세는 참 치사하기까지 해요. 그럼에도 소봉초 친구들은 그 치사함에 똑같은 치사함으로 대꾸하지는 않아서 기특했어요. 형들의 막무가내식 무논리의 비아냥을 견디는 2학년이 상상이 안되더라구요.
저의 어린시절에는 너무나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초초초 예민한 지금의 학교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 중 하나거든요. 학교폭력으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 저는 읽는 내내 노심초사 했답니다. 제발 서로 좋은 결과로 끝나길 바란다는 마음이 컸어요. 더불어서 자연스러운 갈등을 두고 보지 못하는 지금의 어른들의 대처가 아이들의 관계형성의 시간을 방해하거나 빼앗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책 속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거의 판타지같은 일이 되어 버려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딸과 남편과 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우리는 무조건 6학년이 쓰는 거 였는데'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저와 남편이 초등학교 시절( 저학년은 국민학교 였다는) 에는 우리가 알아서 규칙도 방법도 만들어 갔었어요. 어른들의 개입은 수업시간이나 학교 밖에서의 위험 요소, 혹은 가정내에서의 위험상황일 때 정도로 꼭 필요한 때라는 기준이 지금보다는 굉장히 관대했던 것 같아요.
딸은 역시나 말투, 즉 태도에서 깊은 빡침을 표현하더군요
역시나 책 속 파란 머리 형의 말도 맞는 말인 듯하지만 그 뉘앙스가 듣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어요. 주인공 진구도 파란머리 형의 태도에 기분이 나빴다는 표현을 하는 것에서
" 애티튜드 이즈 에브리띵" 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태도가 전부일 때가 인간관계에서는 너무나 많으니까요.
태도가 갈등을 조장하기도 하고 갈등을 풀기도 하기 때문이죠.
부드럽지만 단호한 태도와 말은 어른들도 쉽지 않기에 저학년 친구들에게서 바라는 건 과욕일지도 모르겠어요.
작가의 말에서 실제로 작가님이 학교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쓰신 내용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구요. 씻고 옷을 갈아입는 모든 과정에서 선생님은 표정이나 말투에서 짜증과 무서움이 없었다는 것에 더 놀랐어요. 사실 엄마들도 가끔 아이가 집에서 밥 먹다가도 흘리면 천년의 분노를 쏟아낼 때가 있거든요. ( 그러지 않는 분들께는 죄송스럽습니다.) 진구는 또 얼마나 당황하고 걱정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본인이 제일 힘들터인데, 그저 진구에게 집중해주시는 선생님 정말 최고 였어요. 게다가 어깨에 태워서 등장하시다니요!! 영웅에 빗대어서 실수 후에 스스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하고 선택하게 하는 장면은 어른으로서의 태도와 여유라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 진구에게도 장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부분은 자신의 실수는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의 실수는 놀리는 게 당연하다 여기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일기장에 나마 조용히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 언젠가는 용기를 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에요. 운동장을 건 대결은 2학년과 5학년의 축구 대결이에요.
어른들의 개입이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멋지더라구요. 이 상황은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상황인데, 2학년인 진구와 친구들은 매일 축구연습을 하고 전술을 짜고 하면서 자신들의 힘으로 5학년 형들과 운동장 사용을 걸고 축구를 해요. 3점을 어드벤티지로 받고 시작했어도 동점으로 금방 따라 잡히는 실력차이지만,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죠. 결국 1골을 더 넣은 소봉초등학교!!
심지어 진구가 쌍둥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넣은 골이었잖아요. 그리고는 깔끔하게 결과를 인정하는 파랑머리 형!!
진즉에 좀 그러지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친구도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었겠지 싶었어요.
아홉살의 진구와 친구들이 싸움과 비난이 아닌 방법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했답니다.
실수하는 것 보다 실수 하고도 실수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사실!!
그리고 은행나무 열매의 코를 찌르는 냄새가 향기로워지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끝으로 우리도 한 때는 똥만 잘 눠도 이쁨 받던 존재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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