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이 노래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소녀시대가 불러서 인지 소녀인 주인공이랑 참 잘 맞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딸을 키워내고 있는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역순으로 초등학교 시절까지의 나를 회상하는 시간을 틈틈이 가졌다. 내가 살아온 그 시절과는 다른 풍경들이 자주 등장했지만, 학업과 진로, 교우관계, 부모와 나의 정서적 독립에 관한 여러가지 갈등상황 등등 살면서 깨닫는 보통의 진리는 다르지 않았다.
떠오르는 키워드를 꼽자면, #미혼모 #엄마와딸 #세계 #친구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쇼츠와 릴스의 범람속에 사는 요즘의 청소년들과 달리 텔레비전(너무 옛날사람같은 단어가 되어버렸네)에 현혹 된
엄마 제갈미영의 딸 제갈희진이 큰 축이되어 이어지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외부와의 교류는 없고 오로지 거실쇼파와 새로산 미래전자의 티비에 빠져서 떡진머리와 늘어진 트레이닝복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엄마, 제갈미영
은 미혼모이다. 고 1 인 딸 제갈희진은 일반고 불멸의 전교 1등이며 자신의 등급을 계산할 줄 모르지만, 병결과 조퇴를 밥 먹듯 하는 자유영혼 윤아와 학교보다 피씨방을 좋아하며 세계최고의 짜장라면을 먹으러 피씨방에 다니는 상우라는 절친이 있다. 어느 날 소미 라는 과학고 다니던 초등학교 동창이 같은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고, 이 때부터 엄마인 제갈미영과 제갈희진 사이에도 숨겨오던 비밀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관계가 생긴다.
엄마와 딸에게 새로운 관계라 해봐야 사춘기를 겪는 시간을 어떻게 지나가느냐 정도 일 것 같지만, 전수경 작가는 티비라는 현실 속의 바보상자를 비현실의 과학적 견해와 연결시켜서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40대의 엄마가 된 현실의 내가 읽으면서 읭??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수경 작가 특유의 유쾌함은 우주라는 세계를 인간의 세계와 동일시 혹은 비유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결과를 스포하는 것 같다. 그래서 1부 내용을 쓰기가 어렵다.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길!!
희진의 엄마를 이기는 순간이 오게 하는 엄마의 부재. 늘 집에서 티비만 보고 있던 엄마가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그 순간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이내 어디로 엄마가 사라졌는지 알아버렸다. 그리고는 엄마를 엄마라는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딘가에 입장한다. 그렇게 2부가 시작되고 모험이 시작되며, 희진은 엄마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는 엄마의 기약없는 시간을 딸이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희진을 위로한 건 공부가 아니라 텔레비전 이었다. 그 와중에 아끼는 친구 윤아의 세계에 균열이 생겼고 그 세계를 구하는 희진과 소미 상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춘기란 아이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다른 이의 자아를 깨닫기도 하고 그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며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를 찾는 시기라고 느껴졌다.
희진과 미영의 관계의 변화는 대화로 드러나지만 놀랍게도 그 매개체는 텔레비젼이다. 어쩌면 나도 아이와의 소통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이 유행하는 쇼츠나 음악, 그들만의 문화 속에 있다. 내가 그 대화에 동참할 수 있는 만큼 아이도 내게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어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바보상자였던 텔레비전이 관계의 매개가 되는 이유가 궁금하면 읽어봐야 한다.
작가님은 희진의 오롯이 희진으로서의 삶을 응원한다. 나 역시 그렇기에 마지막 글은 나에게 참 잘하고 있구나 하는 토닥임 같았다. 그리고는 굿나잇 허그를 하는 딸에게 슬며시 이 책을 전했다.
딸 이거 너가 요즘 엄청 좋아하는 소재의 소설이야. 엄마의 세계가 궁금해질 때 꼭 한번 읽어봐! 하면서...
책으로 연결되는 너와 나의 세계가 있음에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