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책 구매를 자주 하는 편이다. 다양한 장르를 구매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동화와 그림책을 선호한다. 어렸을 때 책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집에 있는 어린이 책은 세계 명작동화 한 질뿐이었다. 그 책들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과자를 먹으며 따뜻한 방바닥에서 책을 읽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제일 먼저 책장으로 향했다. 그 시절 마땅히 다닐 도서관도 없었지만,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유독 책 소장에 집착하고 어린이책을 읽으며 행복한 이유는 풍요롭게 누리지 못했던 책에 대한 갈망이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여기 한 저자가 있다. 어른이 되어 그림책과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 가난한 자신의 책장이 안쓰러웠던 그는 특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그 시절의 감정과 이야기가 불쑥 솟아오른다고 한다. 작가에게 음식이란 육체의 허기를 메우는 음식이자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이다. 이 책은 열 일곱권의 어린이 책에 나온 음식들에 대한 작가의 어린 시절의 단상과 추억이 담겨있다.
책에 소개된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지만 미처 음식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같은 책을 읽으며 음식에 대한 소재를 찾아낸 작가의 시각에 감탄하는 부분이다. 다만 작가의 들어가는 글에서 밝혔듯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 약간의 단점이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잔뜩 힘주어 정독하기 보다 부담없이 편하게 읽기를 말이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따르다 보면 분명 같은 지점에 다다르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모든 어른이 이미 어린이였었기에 가능한 공감대다.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의외로 소박한 음식이기 쉽다는 작가의 말처럼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이 책이 바로 후자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책장을 덮은 나는 영혼의 포만감을 느낀다.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실의 책장을 둘러본다. 지금 나는 어린 시절의 허기를 채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