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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이님의 서재
  • 잡화감각
  • 미시나 데루오키
  • 16,920원 (10%940)
  • 2024-08-28
  • : 1,013
뽀얀 회벽같은 질감에 장식적이고 감성적인 물건들의 사진, 새파란 박으로 새겨진 제목이 아름다운 책입니다. 표지 안쪽도 선명한 파랑색이여서 책을 열 때 선물상자를 연 것 처럼 설렜습니다.

제목과 소개, 디자인만 봐서는 예쁜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잡화 예찬,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일상 에피소드로 가득한 ‘감성에세이’일 것 같지만 이 책은 사실 반전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잡화라는 단어는 아름답고 무용한 오브제라는 정의를 넘어서 물건에 대한 욕망만이 남은, 본질과 기능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개념입니다.

저자는 오랜시간 직접 잡화점을 운영해오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물건에 집중하고 그것에 천착하기보다 점차 물성을 잃어가는 도구들, 그것들이 잡화가 되고 점차 유행과 키치함에 치여 혼탁해지는 잡화의 탁류를 멀리서 관망하듯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 탁류의 한 가운데서 허우적대는 기분에 대하여 토로하기도 합니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운영하는 잡화점이 원래 오래 세들어 있던 건물에서 쫓겨나 다른 건물로 이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딘가 세상의 구석진 곳에서 케케묵은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는데 거기서 더 궁색한 곳으로 피신해야하는 잡화점 주인의 푸념을 마주하면 이 책의 산뜻한 표지를 다시한번 쳐다보게 됩니다. 갸우뚱 하면서요.

하지만 점차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씁쓸함 유머를 발견하고 웃기도 하고 잡화점 주인답게 박학다식한 저자가 해주는 이런저런 얘기에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물건이 너무나 흔해지고 유행이 짧아지면서 점점 가치를 잃어가는 요즘 세태에 대해 다양한 텍스트를 인용하며 펼치는 비판적인 시각이 재미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현상을 잡화화라고 부르거든요. 책의 표지에서는 전혀 맡지 못했던 비릿한 뉘앙스를 느낄 무렵에 오히려 잡화라는 단어에 혹하며 읽게됐습니다.

넘쳐나는 물건들 사이에서 왜인지 모를 헛헛함과 죄책감을 느껴본적 있는 사람이라면,물건에 깃들곤 했던 진한 추억과 감정들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에세이입니다. 게다가 예뻐서 다 읽고나면 한켠에 오브제로 두기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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