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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길을 잃다
건우와 연우  2011/02/14 17:31

친구 ㅇ이 그간의 직업들을 정리하고 사주 까페를 차렸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제법 되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뒹굴다보니 문득ㅇ이 궁금해 ㅁ에게 안부도 궁금하고 신년인데 우리집식구들 사주나 물어보러 가자고 꼬드겼다. 

흔쾌히 넘어가 주는 ㅁ. 

생전 안하는 짓을 하자고 하는 친구의 속을 어림 짐작 한 것이리라.

ㅇ은 여전히 막강 동안을 자랑하며 씩씩하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 나오는 사주풀이를 들으며, 그녀의 말대로라면 우리가족은 말년운이 좋다는데 단계를 다 건너뛰고 그저 팍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풀이를 듣고 함께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엔 눈발이 듬성듬성 날린다. 

몇가지의 통계를 나름의 철학과 기준으로 분류하여 설명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사람의 운명이라는게 그렇게 도식화시킬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때로 울고 싶은날 등한번 토닥여주는 카운셀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오년쯤 세월이 후루룩 지나가버렸으면 싶다. 

나는 지금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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