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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선생님의 책방
  •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인디고 연구소 기획
  • 16,200원 (10%900)
  • 2012-02-28
  • : 1,368

지젝 책이 수없이 출판되었다지만, 한번도 그의 책을 읽는 것에 성공한 적이 없는 저에게 인디고 서원이 준 선물<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허아람 선생님이 사비를 털어 이 책을 출판한 이유는 "세계의 석학들은 죽어가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그들의 이론과 철학을 받아들여 삶에 쓸모가 있게 하기위해서이다. 그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대학 수업이나 이론가들의 설명이 개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 쉽게 쓰도록 노력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청소년들이 읽어도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주석들과 함께 쉽게 번역이 되어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마치 지젝이 옆에 있는 듯 생생하게 그의 생각을 전해 듣게 해주신 인디고 연구소에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진정 인디고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제목처럼 모호하구나'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이해력이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공동선과 혁명에 대해 그가 무엇을 강조하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현실주의자인지 이상주의자인지, 이론이 중요하단건지 실천이 중요하단건지, 권력이 필요하단건지 탈권력되어야한다는 건지, 개인의 자유의지가 가장 중요하단건지 결국 사회 구조에 의해 개인의 의지는 구속될 수 밖에 없다는 건지, 그래서 혁명이 가능하다는 건지 불가능하다는 건지.....

읽는 내내 의문이 계속되었어요.

그러나 마직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난 역시 바보야'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고, 최종적이고 불가지론적인 꿈을 실현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러 바꾸어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예견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 보험 혜택을 조금만 더 늘이는 예산을 편성하려고 하면 "안돼, 그건 불가능해. 경제 시장이 감당할 수 없어."라고 말하죠. 이제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으면서도, 의료보험을 위한 조금의 돈도 확보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렇듯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사이의 구분에는 아주 분명한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만약 이 두 가지 측면울 하나의 추상적인 문제로 합칠 수 있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인간 사유의 궁극적인 과제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한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뭔가를 구분지으려고 했던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는 너무나 복잡합니다. 이런 사회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젝은 자신만의 눈으로 세계를 통찰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세계의 일면을 보여주려합니다. 특히 혁명에 있어서 폭력의 문제에 대한 그의 대답은 실로 놀랍습니다. 우리는 매번 시위가 일어나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여 피를 흘리고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립니다. 과연 저런 폭력적 방법밖에 없는지, 평화적으로 대화로 풀것이지, 야만적이야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지젝은 "보이지 않는 폭력은 언제나 존재하며, 사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어간다"고 말합니다. 쌍용자동차와 용산 참사 문제를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사실 그 현장에서 일어난 폭력보다 더 큰 폭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시킨 권력과 자본의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습니다.

 

지젝이 말하는 혁명의 최소 조건은 "사람들이 빈곤 상태에 있을 때, 사람들이 부정의한 상황을 경험할때, 그리고 그 부정의함을 느끼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자유가 있는 최소한의 공간" 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미 앞의 두 조건을 만족한다고 봅니다. 중산층들 조차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고, 이것을 만들어낸 여러 세력들의 부정의함을 지겹도록 봐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상상을 하기는 힘듭니다. 그건 아마 세번째 조건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유국가에 살지만, 귀닫고 입막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정도 살면 된거아니냐,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내탓이지, 돈을 어떻게 쓰는가보다 얼마나 벌었는가로 사람의 가치가 판단되는 거야.... 혁명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오르다가도, 금방 차가워져 버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혁명의 가능성을 믿고, 보다나은 삶을 희망하며 새로운 공동선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힘쓰는 인디고 서원 사람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사실 나도 그저 내가 가진것을 잃지 않으려 버둥거리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시민적인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철학자에게 지금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뭘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답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젝이 아닌 누구라도 해줄 수 없는 문제겠지요.

지젝이 말한대로, "진정한 사유를 하기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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