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 존재할 것이고, 그에 대해 상처 받을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렇다.
강덕구의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은 작가가 그동안 본 영화, 음악, 소설, 인물들에 대한 평론이다.
글을 쓰면서 그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이 질문으로 돌아갔을 때 글을 끝맺는다.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공포심이 발생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는 반대의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많은 문학 독자는 순환하는 문학적 우주를 떠도는 정지돈의 모험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길을 따르는 박대겸의 모험 쪽에 내기를 걸겠다. 그럴 때 예술은 비로소 치러야 할 싸움이 되는 것이다."
평론가가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텐데, 그는 그 공포심의 장소로 돌아가서 자신이 경험했던 작품들을 평하고, 앞으로의 삶과 작품들을 접하는 길을 공포심의 장소로 위치하게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해야 이런 글이 가능할까.
수많은 내 취향의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나의 취향은 내가 좋아서 만들어진 것일까, 작가나 평론가들의 글을 읽다가 생겨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렵지만 관심을 가졌던 정지돈의 소설, 더 깊이 알고 싶어 평전까지 샀던 발터 벤야민의 이론, 모든 작품을 다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어려운 제발트의 소설들, 그리고 언제나 잘 모르겠는 영화와 음악. 강덕구의 이 글은 그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이 어려운 작품들의 숲에서 헤쳐나갈 길을 주기도 했다.
강덕구가 던진 질문을 다시 나에게 던져본다.
"나의 공포가 발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많은 문학 독자는 순환하는 문학적 우주를 떠도는 정지돈의 모험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길을 따르는 박대겸의 모험 쪽에 내기를 걸겠다. 그럴 때 예술은 비로소 치러야 할 싸움이 되는 것이다.- P202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공포심이 발생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P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