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쓰는 딸들』 - 소피 카르캥
📖 작가의 삶은 하나의 측면에서만 해석할 수 없다. 그의 삶 속에 존재하던 다양한 원인으로 작가는 탄생했고, 그 결과가 작품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후대에서는 작품에서 시작하여 삶의 여러 모습들을 추적해가며 작가를 해석해야 한다. 이 책은 해석의 시선을 여성 작가와 어머니의 관계에 두고 있다.
📖 뒤라스의 어머니는 식민지 이주의 삶 속에서 결핍을 건네주었고, 뒤라스는 결핍을 채워야만 했다.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엄격한 가치관을 강요하며 딸을 소유하려 했고, 이는 보부아르에게 자유를 갈망하게 했다. 콜레트의 어머니는 만물을 사랑했기에 딸은 오히려 사랑의 부족과 답답함을 느꼈고, 콜레트는 밀착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셋 모두 어머니가 건넨 어떤 것 때문에 글을 써야만 했고 이는 모두 어머니를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 하지만 이렇게 어머니를 떠나면서 시작된 글쓰기는 결국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핍을 보충했을 때 결핍의 원인을 보게 되고 어머니를 이해한다. 자유를 찾아 글을 쓰면서 억압에 항쟁하는 것은 같은 억압에 있던 어머니를 대신한 투쟁이 된다. 밀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어머니와 동일해진다. 자식을 낳고 커가며 여성으로서의 어머니가 죽어간다는 의미에서 볼 때, 코끼리가 죽을 때 고향을 찾아가듯 이들의 글쓰기는 결국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 여기서 왜 이 책이 '여성'인 어머니와 '여성'인 작가의 관계에 집중했는지 드러난다. 결국 작가와 어머니는 모두 '고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여성이기에 발현되는 공통점이었기에 해석의 시선은 '여성', '어머니', '작가'로 향한다.
📖 일단 읽기에 어렵지 않은 글이었다. 회사 일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이틀 만에 거의 다 보았다. 하지만 '읽기 쉽다'와 '매끄럽다'는 다른 이야기이다. 작가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내용을 넣을 때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어쩌면 내 지식이 짧아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한 예로 꽤 많은 부분을 돌토 박사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나에게는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은 각주로 보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다양한 시각으로 작가들을 바라보는 것은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책을 왜 읽느냐'는 물음에 '책을 읽으면서 지식의 습득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는데, 이 책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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