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회를 만들겠다고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운동하던 사람들을 지도 권력으로 만들었고 변화된 세상을 기대했다.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고,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도 같다. 왜 일까?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핵심은 386 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세대의 기회(운)를 통해 이 위계 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하면서 세대와 위계가 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민주주의 투쟁 등 이념으로 만들어진 연대와 그 이념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등 단체이다. 운은 금융위기와 베이비붐이라는 시대를 타고났다는 것,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산업화 세대는 동아시아 특유의 벼농사 문화로 인한 '협업'과 '위계'의 원리를 국가 성장을 위한 국가 관료제와 기업 조직에 최초로 이식했다. 이후 세대인 민주주의를 외치던 386 세대는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중심부로 진입해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결합시켰다. 금융위기 때 비정규직이라는 유연화된 위계구조를 만들어 그들의 시스템을 공고히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윗세대에서 배운 부의 세습을 그대로 반복한다.
그들이 약속했던 평등은 오간데 없고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은 더 늘어가고 있다.
결국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한 정부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아닌 이 세대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리고 아직도 그 거짓말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빌리어드>, <재즈>의 작가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미 모리슨은 1992년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지식 없는 지혜, 데이터 없는 지혜가 단지 직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으로 쉽게 잊곤 합니다." 소설가마저도 이러는데 사회를 해석함에 있어서 데이터는 당연히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모든 주장은 그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사회의 문제를 세대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 주장 하나하나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고, 충분히 맞아떨어져서 책이 밑줄 투성이다.
세상에 불평하고 변화를 꾀하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단순한 감이 아닌 과학적 분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뭔가 위화감을 느끼는데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다.
386 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가진 사회가 되었다.- P16
이 책은 ‘민주주의의 완성‘과 ‘불평등의 심화‘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명하기 위해 ‘세대론‘, 즉 ‘세대의 정치‘를 이야기한다.- P17
왜 386 세대의 네트워크가 문제가 되는가?
첫째는 그 규모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 규모에서 다른 모든 세대를 압도한다.
둘째는 그 네트워크의 응집성이다. 이 세대의 네트워크는 ‘평등주의‘ 혹은 ‘분배 정의‘라는 기치 아래 20대 초부터 선후배 및 동년배간..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셋째는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겪었다는 점이다.
넸재는 세대 내의 이념 충돌이다... 산업화 세대가 협업과 위계의 원리를 국가 관료제와 기업 조직에 최초로 이식했다면, 이 세대는 그 위에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결합시켰다. 한 세대 안에 ‘평등주의‘와 ‘시장주의‘가 동시에 태동한 셈이다.
다섯째는 이 네 요소가 ‘정치, 경제적 이익 네트워크‘로 전환되어 ‘권력의 과두제화 독점‘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