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현재 한국 소설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소설을 쓰는 작가지 싶다. 매번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찌 이렇게 소재도 다양하고 인물들도 다양할까 싶다. 장르도 다양하다. 마법 소녀 물, SF소설, 좀비 물 등등. 예전에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나, 나 마들렌>도 장르적 장치를 카프카스럽게 사용했다고 얘기했지만, 소설집 <나, 나 마들렌>을 읽어보니 이 사람은 그냥 소설을 엄청 잘 쓰는 편이구나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인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보통 아무리 숙련된 작가라도 여러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 비슷한 인물이나,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마주치기 마련인데 (특히 다들 사는 게 비슷한 한국에서는 더욱 심하다) 박서련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서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소설이 새로웠고 ‘박서련’ 같았다.
좋았던 소설을 빠르게 훑어보자면 첫 작품인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좀비물이다. 설정이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여성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써내려가는 K 좀비물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쫄깃하기까지 했다. <젤로의 변성기>는 퀴어 단편집에서 본 소설인데, 주인공이 나이든 원로 성우라는 설정이었다. 짝사랑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나이 차가 좀 많이 났었다. 그래도 거의 평생을 소년을 연기했으니 어찌보면 다르기는 하다. <김수진의 경우>는 트랜스 젠더가 인공자궁을 달고 아이를 출산하는 이야기다. 분명 상상일 텐데 너무 디테일이고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출산하는 고비마다 일종의 갈등이 생겨나서 출산이 참 쉬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표제작인 <나, 나 마들렌>도 다시 읽으니 좋았다. 언급하지 않은 작품들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다 재미있고 다 좋았었다. 이렇게 고르게 소설이 좋은 소설집도 흔하지는 않은데 박서련이라는 작가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구나 깨닫게 해주는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