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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326님의 서재
  •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 12,600원 (10%700)
  • 2004-08-15
  • : 10,915

스릴러를 표방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양심과 도덕심이 결여된 인간. 통칭 ‘사이코패스’가 자주 등장한다. 이제는 식상해져서 영화를 보다가 그런 인물이 나오면 ‘뭐야 또 사이코패스인가’싶지만, 이런 식상한 소재도 원조 순대국밥 집처럼 처음으로 소개 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전에도 대중매체 속에서 사이코패스를 묘사한 것은 많지만, 용어를 사용해 사이코패스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정립한 소설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의 소설은 ‘천사의 속삭임’이라는 소설을 읽어 본적이 있다. 기생충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는데, 기생충이 인간의 뇌를 조종하고 숙주가 된 인간은 기생충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장면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영화인 ‘연가시’와도 비슷한 내용이지만 이 소설이 먼저 출판되었기에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소설인 ‘13번째 인격’은 다중인격과 고베 대지진을 소재로 한 호러소설이었다. 이쯤 되면 이 작가가 호러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은 집은 그의 대표작이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자체가 완성도가 있는 수작이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10년 전임에도 아직까지도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2007년인가에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된 적이 있는데, 영화는 원작의 이름에 흠집을 낸 완성도를 자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엇뜬 본 기억으로는 소설의 내용을 어설프게 비틀어 반전을 만들려고 하다가 내용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을 통해서 얻은 즐거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소설을 읽고 있지 않다가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소설의 반전을 알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덜했음에도 이 소설은 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고, 호러 소설이 주는 재미를 충실이 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보험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호러 소설에 웬 보험사 직원이냐 싶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소설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가 바로 보험사 직원이었다. 보험사 직원은 일상과 범죄의 중간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형사는 아예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존재이므로 한쪽에 치우쳐져 있으며, 보험사 직원이 아닌 다른 인물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세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 직원도 평범한 직원에 불과하지만, 보험료를 노리고 살인도 불사하는 세태와 결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범죄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악한 인간의 표적이 된 느낌을 알 수 있다고나 할까.


특히 뛰어났던 부분은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의 캐릭터적인 입체성이다. 작가는 범인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증언을 통해서 ‘사이코패스’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인지 형상화 시켰으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간이 일반 사회에서 아무런 재제 없이 섞여 있는 공포를 묘사한다. 이 소설의 가장 두려운 점이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남에게는 무심한 도시의 인간관계와 발달된 사회보장 제도로 가족이 아이의 양육에 책임을 덜 지게 되는 세태. 인간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하는 가전제품의 전자파들. 무능한 경찰과 느슨한 행정능력. 이러한 것들이 이 소설에서 범인이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회에 섞여있을 수 있는 원인으로 존재한다.


소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마음껏 보여주고는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그나마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다른 소설의 결말이 암울한 결말로 끝이 난 것보다는 그나마 났지만,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한 것은 범인은 사라졌지만 범인을 잉태한 사회는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 소설로만 끝났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현실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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