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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맘님의 서재

서울에서 살 때는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외국인을 이곳 경기도에서는 심심찮게 본다. 아니, 우리 마을에는 외국인이 많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다. 아마도 이주노동자이지 싶다. 

설 연휴 때였다. 

집에 놀러온 초등학생 조카들과 길 건너 슈퍼마켓에 아이스크림을 사러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녀석들은 세뱃돈으로 이모에게 한턱 낸다며 들떠 있었다. 그러던 녀석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슬며시 내 옆으로 자리를 바꾼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둘러보니, 피부가 검은 남자 둘이 조카들 뒤에 서 있었다.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아이들이 긴장한 눈치였다. 하긴 나 역시도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아버지 사무실에 인도네시아 남자들 서넛이 방을 보여달라며 왔을 때는 당황했으니까. 

집에 오니, 마침 텔레비전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었다.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서 조카들과 함께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나서, 서점으로 향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책이 나왔다며 신문에 책 소개가 실렸던 책을 찾으러.. 

그 책이 바로, <내 이름은 쏘카>이다. 나는 서서 한 권을 다 읽고 '** 천자문'을 읽는 조카에게는 이 책을 사서 쥐어 주었다. 조카도 글이 쉽고 재미있어서인지, 집에 와서는 한 자리에서 다 읽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쏘카에 대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랑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놀림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아이, 시니컬한 아이처럼 보이는 쏘카와 '내년엔 학급임원 하기 싫다'며 자랑 반, 투정 반으로 말하는 조카가 겹쳐지지 않았다.

쏘카를 그렇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 아마도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가진 어른들일 것이다. 자기 아이들에게 '정상, 평범' 이 아닌 사람은 피하라고, 네 주위에 벽을 쌓아야 안전하다고 일러주는 부모일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몸동작 하나로도 그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을 쏘카 엄마와 아이들의 춤을 통해 느꼈다. 

또한 킬링필드라는 두렵고 슬픈 역사로만 기억되었던 캄보디아의 아름다움과 찬란한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쏘카가 엄마를 이해하고 화해하듯이 반친구들과도 그러리라 믿는다. 또한 쏘카를 굳이 한국인, 캄보디아인이라고 보기 이전에 그저 '쏘카'라는 이름의 어린이로 만나고 싶다.

며칠전 모 신문 기사에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실렸다. '이슬람 교도들이 한국을 몰래 장악 중이다 라는 소문'에 대한 기사였다. 특정 종교가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한국 침투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소문이란다. 또한 다른 민족에 대한 협오 범죄도 심심찮게 보도가 된다. 한국인이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배타적이 된다더니 이런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것 같아 두렵다. 

그런 상황에, 이 책 <쑤어쓰데이 캄보디아, 내 이름은 쏘카>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야기에서 큰 재미를 찾을 수는 없더라도, 그림이 휘황찬란하지는 않더라도 캄보디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드니까. 그 관심이 이해와 애정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또한 더 이상 쏘카처럼, 피부색이 다르다고,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라고 해서, 차별이나 따돌림을 받고 그것을 당연하게,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아이가 없길 바란다. 쏘카에게 아이다운 천진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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