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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세계는 이원론적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러하듯이 <해변의 카프카> 역시 이원론적 세계에서 방황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미 이원론적 세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이승/저승, 현실/가상, 일상/꿈 혹은 3차원의 세계/4차원의 세계. 하루키는 가시계와 비가시계의 경계가 있다는 이미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이용한 소재를 응용한다. 다른 세계를 넘어서는 데는 바로 문이 있는 것이다. 세계의 경계선에 있는 이 문은 바로 '입구의 돌'이다. 나카타 노인의 여정은 '입구의 돌'이라는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한 장치이다.

이 소설에서 모든 인물들은 몇가지 주요 소재로 수렴된다. 해변의 카프카라는 그림,고무라 도서관,입구의 돌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라키는 이러한 소재에 인물을 배치한다. 소설 초반부는 상당히 스피디하게 읽힌다.도대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카프카의 가출과 숲속에서 일어난 집단실신 사건- 나카타라는 인물의 특이성과 결합되어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다른 두 사건이 어떻게 하나의 예정된 인연으로 한 곳에 수렴되어 가는지 기대하게 만든다.

하루키는 그 과정에서 모순적으로 완결된 세계에서 불완전성이 가지는 미학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하루키가 즐겨사용하는 음악적 장치이다. 이 소설에는 불완전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몇가지 음악이 등장한다. 해변의 카프카란 노래의 두가지 불협화음,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라디오 헤드의 노래,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등이다. 슈베르트나 라디오 헤드의 몽환적이고 불안전한 느낌등은 하루끼가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호시노 청년에 사랑하게 된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 역시 이러한 요소중에 하나이다. 클래식에서 피아노 3중주 편성은 현악 사중주의 안정감에 비해 음향적으로 무척이나 불안정한 편성이다.하루키는 식상한 음악 요소를 과다인용하며 불완전성이 세계 인식의 발판이란 어찌보면 니체적 인용을 끄집어 내고 있다.

<해변의 카프카>의 가장 큰 패러디는 바로 신화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일본의 겐지 모노가타리의 생령 신화이다. 하루키가 신화를 뼈대로 삼고 있는 것은 이윤기가 신화에 대해 남긴 말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신화는 살아있는 현재의 반영이라는 것, 하루키의 말을 빌자면 세계는 메타포이기 때문이다. 신화라는 메타포를 통해 세계의 인식을 꽤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매력적인 소설 소재인 것 만은 사실이지만 공식에 대입하는 듯 직접적인 패러디일 경우 그 매력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그리고 사족삼아 숲(비가시적 세계)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의 말 '절대 돌아보지마'는 거의 에우리디체 신화를 옮기고 있다. 굳이 뱀의 다리를 만들어 상투적으로 보이게 하는 이유는 무었일까? 어쩌면 비가시적 세계 역시 상투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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