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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ylotus님의 서재
책의 첫장을 펼치고서야 이 책이 번역된지 2년정도 지났음을 알았다.이제서야 비로소 읽었다.나의 편견때문이었다.나는 이 책이 애서가의 책 브리핑인지 알고 있었다.그래서 책 제목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늘 눈길 밖에 있었던 것이다.(정말 나의 불찰이고 무지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늦었지만 이 책은 최근에 본 에세이 집 중 최고였다고 할 만하다.만약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잊혀졌던 책에 대한 애정이 살아날 것이다.또 책을 애인삼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그 인연이 백년은 연장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서재 결혼 시키기>는 책을 사랑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고 책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와 숨은 애정을 표현한 책이다.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두가지쯤 공감할 이야기들이다.책의 제목이 된 에세이는 책을 둘러싼 두 애서가의 헤게모니 투쟁과 정리의 과정이 씌여있다.서로 다른 취향의 책을 어디에 배치할 것이며 같이 가지고 있는 책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책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문제거리야'라고 할 만한 주제이다.하지만 내 책은 나의 일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나 역시 이를 미루어 걱정해본봐 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물론 내 반쪽이 될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하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어떻게 나의 지분을 넓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최근에 들어서 한가지 공유한 부분은 서로 읽는 책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리고 책을 상대에게 빌릴때는 교환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어찌 그리 야박하냐고 탓할 수 있겠지만..나는 그런 비난에 '그 정도도 많이 양보한 것이다'라고 밖에 답할 수 없다.

책과 교열에 대한 패디먼 가족의 일화도 무척 흥미롭다.특히 패디먼 가족의 강박증적 교열정신은 사실 날 좀 부끄럽게 한다.이유는 알라딘 서평에 쓰는 내글에 생기는 오자와 탈자때문이다.나름대로 변명하자면 회사에서 몰래 글을 쓰다 보니 그렇다고 할 수 밖에.여기 저기 눈치 봐가며 쓰다보면 교정하기 전에 보내기 엔터바를 누르기 십상이다.그러다보면 당연히 오자와 탈자,문맥상 부자연스러움이 많이 생긴다.내 희망이 있다면 패디먼과 같은 사람이 주변에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패디먼 가족의 모르는 단어찾기의 즐거움도 공감한다.최근에 이응백 선생의 우리말 관련된 책을 하나 구입했는데 이유는 숨은 우리말의 매력때문이다.알라딘의 내 서재 이름(드팀전) 순우리말인데 아주 맘에 든다.이 책 저 책보다 그냥 아무데나 펴서 책을 보고 싶을 때 이응백 선생의 책을 핀다.그리고 그 안에 내가 모르고 있는-사실 봐도 금새 잊어버린다만-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볼때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금새 감탄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보며 부러웠던 것은 패디먼 가족의 책 대물림이었다.물론 남편을 비롯해 온 가족이 글을 쓰는 직업과 관련이 되었던 사람들이기에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다.패디먼은 아이들이 책과 가장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책으로 성쌓기 라고 했다.그만큼 책이라는 것이 화장실의 거울이나 집안의 시계처럼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는 것이다.그리고 선대부터 물려온 책을 다음대에 가장 큰 유산으로 넘겨주는 것은 정말이지 최고의 보물이다.대물림하는 부모나 한 권이라도 더 챙기려는 자식이나 너무 멋있다.나 역시 수백억을 물려주긴 힘들겠지만 멋진 책들을 내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겠다는 소망이 생겼다.아직 모르는 그/그녀가 패디먼처럼 행동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이 책은 책과 관련되 그동안 내가 소홀히 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그리고 패디먼의 글쓰기는 유머가 항상 가득하다.이 두가지 때문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다.애정이 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했던가.나 역시 책에 대한 소소한 애정을 더 많이 쌓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그래서 우선 거금들여 만년필을 하나 살까한다.평생 쓸 생각하고 좋은 걸로 고를 생각이다.그리고 친구들에게 책 선물할때 꼭 그 펜으로 헌사를 써주어야겠다.언제든 나의 향기가 그곳에 함께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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