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찾아보는 사랑과 감정의 흔적들
에우로페Ko 2025/03/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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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원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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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5-02-27
: 2,335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저자 원형준님의 책은 이미 <이탈리아 작은 미술관 여행>을 통해 익숙해져 있던 터였다. 그 책을 통해 느낀 것은 저자가 작품에 대한 도상과 알레고리에 대해 굉장히 해박했고, 기존의 책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다소 해소했다는 것이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역순으로 읽는 서양미술사다. 다만 서양미술의 주제를 거꾸로 올라가는 '시간'속에서 사랑, 죽음, 욕망, 감정, 기억, 슬픔 등의 감정의 흐름을 타고 읽어나간다는 점이다.
제1관 삶과 사랑, 죽음은 세기말 빈의 클림트와 19세기 말을 살았던 미술가들의 사랑, 허무, 죽음을 다룬다. 특히 세기말의 빈은 퇴폐, 향락 등의 이미지로 클림트가 분리파를 형성하여 기존의 아카데미학파에 반항하던 곳이다. 그의 작품 <키스>에서 사랑은 죽음의 연장선이었다. <키스>의 황금빛 배경의 의미부터 남녀의 자세, 동선 등 작가는 사랑과 죽음을 키워드로 매우 꼼꼼히 분석해준다. 이밖에 카우퍼와 로댕, 뵈클린의 작품을 통해 19세기말 소외속의 불안과 죽음을 통찰력있게 해부한다.
제2관 빛과 자연의 교향곡의 인상주의 화파 그리고 사전트를 다룬다. 제목은 빛과 자연의 교향곡이지만 '저1회 무명화가 전시회'는 기존 질서의 큰 파장이자 교향곡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심벌즈 소리였다. 모네. 르누아르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의 반 고흐를 다루면서 인상주의와 일맥상통히는 존 싱어 사전트의 스토리도 같이 담아낸다. 그의 작품 <마담 ×> 의도와 화제성만큼은 마네의 <올랭피아>급이었다고 설명한다. 인상주의와 사전트의 그런 전위적인 행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회화의 교향곡'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제3,4,5관은 낭만주의 성격의 회화와 신고전주의의 미술가를 주로 다룬다. 낭만주의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조다. 신고전주의는 자크루이다비드로 대표되는 '애국', '혁명' 등 친공화정 성격을 분명히 띄고 있으나 낭만주의는 가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외젠 들라크루아처럼 다루려는 소재와 의도가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 18세기 프랑스는 이러한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전통의 아카데미화파가 서로 경쟁하던 시기였다.
그림자의 여백, 감정 그리고 욕망을 각각 키워드로 정해18~19세기 절대주의 체제가 붕괴하면서 생기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시간의 흐름속에 만들어지는 각 사조의 알레고리를 펼쳐보인다.
제6관과 7관은 종교개혁과 그로 인한 17세기의 기억을 되짚어간다. 그랜드투어의 수요 증가로 인한 베네치아의 기억을 남기고픈 '인증 미술', 그리고 종교개혁으로 인한 로마가톨릭 바로크의 웅장함을 간직하려는 기억, 북유럽 페르메이르의 정적인 바로크를 통한 일상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제8관부터 9관은 르네상스시기를 되짚는다. 개인적으로 전작 <이탈리아 작은 미술관 기행>을 읽어, 작가의 르네상스 및 종교화에 대한 도상학적 지식과 이를 풀어나가는 설명방식이 매우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 제목인 아놀료 브론치노의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을 통해 회화 구석구석을 짚으며 도상과 알레고리를 내 손안의 도슨트처럼 설명한다.
(본문 인용 p.323) 결국 작품은 사랑과 아름다움, 쾌락, 기만, 허위, 질투, 시간, 질서를 신과 상징, 알레고리로 나타내고 있다. 사랑의 쾌락에는 항상 위험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사랑은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쾌락에 현혹되어 시작되지만, 언젠가 시간의 신이 장막을 걷어내면 기만과 욕망, 질투를 경험하면서 진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우선 매우 친절하다.
도판의 인쇄상태가 매우 좋아, 그림이 정말 선명하게 보이고 작가가 중간중간 인용하거나 추가적 설명을 위해 언급한 미술작품이 도판으로 추가 수록되어 이해도를 배가시킨다.
또한 작가의 설명은 최근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작가의 일대기나, 미술을 통한 위로를 표방한 에세이처럼 그림을 통한 자기계발서가 아닌, 그 미술작품에 대한 내용적 설명, 배경적 설명, 이론적 설명 등 작품을 통해 시대배경, 작가의 의도, 철학 등까지도 상세히 설명한다.
출판사에서 정성을 다해 편집하고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느껴진다. 서평 신청을 해서 책을 받아본 것이 미안할 정도로 잘 만든 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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