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했다.
달팽이가 달린다고? 나름 달리는 건데 내가 본 적이 없었던 건가?
다섯가지 이야기를 엮은 동화집 [달팽이도 달린다]를 읽었다.
다섯 이야기의 흐름을 보며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유추하며 읽을 여지를 주는 작가님의 배려에 감동했다.
직접적으로 '이런 마음이 들었다. 사실은 이랬던 것이다.' 라고 표현했다면 그냥 텍스트를 훑어 내려갔을 텐데
작가님의 배려에 잠깐의 장면들에 머무르며 감정을 헤어리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5학년 딸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니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읽어낸 것 같아 놀랍기도 했다.
이것이 동화의 힘,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던 그림책 작가님의 그림이 더해져 상상속에서 더 즐겁게 춤췄던 것 같다.
달팽이도 달린다.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가졌던 제목에 대한 의문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풀리는 듯 했다.
달팽이 이야기로 시작된 이 책이 누군가가 달리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됐다.
때로는 다른 이의 시선에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픈
그러면서도 자신의 진짜 이야기에 공감을 얻고 픈
다른 사람에 대한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가꿔가고픈
자신의 한계나 처지에 가끔은 넘어져도 당당하고픈 이 땅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좀 느리더라도 좀 볼품없더라도 좀 자신 없더라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달리기는 누군가와 비교되는 속도보다는 나만의 방향과 꾸준함이다.
좀 느리면 어떠한가, 좀 돌아가면 어떠한가, 지금 내가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리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 내 안에 내가 가득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