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웠다.
올가 토카르추크, 요안나 콘세이요 두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그들의 작품세계가...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느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작가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읽을수록 많은 메시지를 발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삶으로 가져오게 되는 한 권의 철학책과도 같았다.
이 두 작가가 신작을 발표했다.
5년 만에 함께 선보인
[잃어버린 얼굴]은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8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고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두 작가의 세계를 기다렸던 것 같다.
이번에는 얼굴을 잃어버렸단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 사진첩을 들여다보듯
행복한 미소의 소년과 가족, 친구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아주 또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의 어린 시절 사진이었나 보다.
그는 이 그림책에서 '또렷한 사람'이라 불린다.
그의 일상이 궁금해지는 순간 책은 위아래를 나눠 보여주는 듯하다.
위는 컬러에 화려한 모습,
아래는 흑백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
여러 장에 걸쳐 그 모습들을 감상하다가 덜컹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양 페이지 가득 흑백 모자이크 픽셀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자신이 좋아했던,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던
선이 또렷한 자신의 얼굴을 잃어가고 있다고...
공기 중으로 '찰칵 찰칵'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자신의 얼굴선들이 점점 지워지다가
이제는 형체가 없는 얼룩 같아졌다고...
이 그림책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인★그램이었다.
나는 그 앱을 깔고 한동안 다른 이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넋을 놓고 시간을 보냈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삶을 보며 궁금해하고, 부러워했다.
그리고 나도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사진과 글은 최대한 예뻐 보이게, 최대한 행복해 보이게,
최대한 남들의 눈에 있어 보이고 싶은 내 욕심의 산물 같았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연출된 연극 같았다.
그래서 그 앱을 지우고 나서야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잠깐의 금단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탈출하길 잘 한 것 같다.
주인공 또렷한 사람은
광고 모델을 할 정도로 누가 봐도 멋진 얼굴을 가졌으니
사진 찍을 맛이 났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그 사진들을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사진을 찍고
오랜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이
인터넷을 떠돌수록 그 얼굴은 지워져 갔다.
아마 또렷한 사람도 SNS 업로드를 위해
좀 더 멋진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을까?
더 완벽한 모습을 위해 보정 앱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말 그대로 보이기 위한 연출들이
그의 얼굴을 지워버린 게 아닌가 싶다.
얼굴은 개성 혹은 진짜 모습일 테다.
있어 보이고 싶어
차 핸들과 금붙이를 찍어올리는 사람들...
눈 코 입이 너무나 또렷한데
얼굴선은 소멸 직전인 사람들...
화려한 모습으로 부러움을 자극하는 사람들...
어느 순간 연출 배틀이 되어버린
온라인 세상은
많은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너도 있어 보이고 싶니?
부와 시간의 여유가, 행복이, 젊음이, 화려한 외모가?
정말 행복과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보다
주어진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에 보여지는 것에 더 신경 쓰는 사람들은
자존감보다 열등감이 훨씬 크다는 반증이 아닐까?
나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서둘러 그 앱을 지운 것 같다.
연출된 이미지 속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닌
잃어가는 나의 진짜 모습을 되찾고,
나만의 모습과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내가 되길... 독자들이 되길...
진정한 '나와 나의 삶'을 누리는 매일매일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그림책 [잃어버린 얼굴]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