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고양이 형태의 요정 필리아 시. 같은 필리아 시 요정이지만 타인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요리사 바냐와 용의 피를 마신 인간(?) 다요네, 뛰어난 마법사이지만 길치의 저주를 받아 방황하는 크로우레스트. 세명의 여행 이야기를 그린 만화.
3권이라는 짧은 권수로 끝난 만화는 보통 조기에 연재 중단되어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만화는 그 수준이 아예 다르다. 이야기를 아예 정리 할 생각조차 없이 끝나 이야기가 허공에 붕 떠서 사라진 형태에 가깝다.
이 만화의 매력적인 요소는 캐릭터는 귀엽게 잘 그린다는 점이다. 그림을 예쁘게 잘 그려내긴 했지만, 음식을 소재로 하는 만화인 이상 요리를 잘 그려야 하는데, 요리를 맛깔나게 그려내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요리 그림은 캐릭터, 배경, 사물 등에 묻힐 정도로 존재감이 없게 그린다. 전형적으로 선과 형태만 예쁘게 잡을 뿐, 음식의 특징을 살리고 질감과 형태에 변화를 주어 느낌을 전하는 것을 못 하니 요리 만화로서는 반쪽짜리만도 못 하다.
만화의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목적이 나오는데,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별 등급을 올리려는 요정 바냐와 자신에게 저주를 건 사람을 찾으려는 크로우레스트 둘의 목적이 드러나지만, 이 중 진행이 되는 이야기는 바냐의 요리사 시험 뿐이고, 그마저도 시험을 받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에 급급할 뿐 고유한 이야기의 형태, 만남, 성장, 변화, 이별, 세계관의 확장 같은게 전혀 없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처음 시작한 시점에서 전혀 변하지도 않았고, 주인공 일행이 변하거나 성장하거나 목적이 추가되거나 변하는 것도 없어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한다.
그래서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소에 가고, 다른 식재료를 찾고, 다른 요리를 만들고, 다른 인물을 만나도, 본질적으로 변하는게 없으니 그저 심드렁할 뿐이다. 긴장을 끌어내는 것도 없고, 흥미를 유도하는 것도 없다.
캐릭터 조형도 처참하기 짝이 없는데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개성이 없다. 능력적으로는 용의 피를 마셔서 강한 힘을 지닌 다요네나 마법사로서 실력이 매우 뛰어난 크로우레스트는 능력적인 특징은 있으나, 이걸 이용해 인상적인 연출을 하지 못 한다. 이런 능력이 일발역전의 기술이거나 쉽게 드러내지 않는 감추고 있는 능력이거나 위기와 갈등의 상황을 돌파하거나 하여 독자의 머리속에 인상이 남아야 하는데, 일상처럼 능력을 남발하니 전혀 새롭거나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게 요리가 주 테마인 일상물이라곤 해도, 캐릭터를 너무 생각없이 만들어 놨다. 그렇다고 별 능력이 없는 요정 바냐가 독특한 특징을 지니지도 않는다. 모두가 그저 평범하고 특색이 없다.
에피소드와 관련해서도 엄청나게 감동적이거나, 순수하거나, 사랑이나 질투나 대결이나 열혈이나 즐겁거나 슬프거나,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성취감이 있거나, 특별한 존재나 보상을 만나거나, 성장하거나, 갈등이 생기거나,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어디 가서 뭘 요리했다 정도의 일기 수준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캐릭터가 성격적으로도 특징이 없는데, 예의를 쌈싸먹은 다요네의 캐릭터성은 용의 피를 마시고 용에게 키워져서 고압적, 권위적, 도발적, 반골적인 성향을 가진다고는 보기 힘든 서사적 뒷받침이 없기에 그냥 재수없는 캐릭터에 불과하고,
바냐는 필리아시 라는 요정으로 캐트시와 일본의 자시키와라시를 적당히 섞은 형태지만, 이 필리아시 라는 요정에 대해 자세히 다루질 않으니, 필리아시라는 요정이면서 다른 길을 가는 바냐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사회의 인식과 가치관과 동떨어지고 차별을 받는지를 설득력있게 묘사하질 못 한다. 그래서 만화 내내 바냐가 필리아시인데 점장? 누굴 돈 주고 부려? 택도 없는 소리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독자가 이해하게끔 하지 못 하여,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세계관에서 인종 차별을 하는 불쾌감 혹은 이질감에 불과한 수준으로 남는다. 여기에 더 이질감을 더하는 것은 바냐의 편이 되어주는 크로우레스트로 그가 바냐를 긍정하고 응원하는 인물로 다가오긴 하지만, 그가 세간의 인식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 판단의 근거가 희박하기에 이 긍정 또한 설득력이 빈약하여 서사를 완성시켜주질 못 한다.
크로우레스트라는 캐릭터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데, 그가 능력있는 마법사라는 것은 표현되지만, 그가 어떻게 그 경지에 올랐는지, 어떤 경지에 오르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이러고 있는지를 거의 설명하지 않기에 그가 가진 힘과 위치와 인물 관계, 현재의 상태, 그리고 지금 그가 주변의 상황을 보고 듣고 받아 들이면서 그가 가진 경험과 인식과 가치관이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보통 다른 매체, 만화에서 유능한 사람이 쫄쫄 굶어가며 생사의 기로를 헤맬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어떤 것인지부터 풀어 독자의 이해를 돕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이 이야기를 2권 후반부에 아주 짧은 대사도 설명도 거의 없는 회상 장면 몇컷에 담는 걸로 그치기에 독자가 이해를 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 한다. 아마 작가 생각으로는 이러면 독자가 궁금해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 이미 설명 할 시기를 한참 놓친데다, 그 설명조차 자질구레한 에피소드 진행의 절반의 절반도 할애를 하지 않으니 중요한 사건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 하고 이해를 할 수준으로 정보를 풀지도 않는다.
초짜 작가들이 보통 독자가 궁금해 할 요소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 아주 대표적인 실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만화는 이야기를 푸는데 수준이 낮다. 독자가 무언가를 궁금해 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정보 사이에 비어 있는 부분을 인식했을 때 그것이 흥미롭고 생각할 여지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을 하지 않으니, 그 자체로 빈 부분이 되어 버리고, 충분한 정보가 없이 빈 부분만 제시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궁금해 할 만한 지식도 연상도 되지 않는다. 그것이 중요한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가? 알아야 하는 것인가? 인물들은 어째서 그랬어야 하는가? 등등 모든 부분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빈 부분을 궁금하게 여길 만한 점이 없다. 정보를 바탕으로 연상되는 점도 없고, 새로이 상상하거나 기대되는 점도 없다.
심지어 캐릭터들이 하나의 사건, 흐름, 목적 등을 따라 이야기를 주고 받는게 아니라 죄다 자기 할말만 늘어 놓을 뿐이라서, 대화의 캐치볼이 상대를 보고 던지는게 아닌 자기 던지고 싶은 곳에 아무렇게나 멋대로 힘을 넣어 던지기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은채 뚝뚝 끊어지고 새로운 대화를 던지고 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주제를 던지는 식으로 거의 모든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으니, 상황도 연출도 컷도 장면 장면들이 단절된채로 따로 논다.
초짜 작가는 보통 이런 수준이긴 하니 그 부족한 부분을 보통 편집자가 채워줘야 하는데, 이 만화는 그 어느 부분에서도 편집자가 도움을 준듯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작가 혼자 그리고 싶은대로 그렸고, 편집자가 전혀 건드리질 않았으니 아마추어 특유의 허접한 스토리로 인기 떨어질 때까지 방황하며 내달린 내용에 불과하다. 웹연재류 만화가 자격도 능력도 없는 플랫폼에서 자주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이거는 이야기의 끝맺음조차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3류 플랫폼의 3류 정리 방식으로 끝난 수준이다.
심지어 1,2권까지는 아주 좋진 않아도 그냥 그런 수준의 화질인 반면, 3권은 표지만 고화질일 뿐 해상도가 처참하게 열악한데, 대체 뭐 어떤 관계와 정신머리로 일처리를 해야 이런 식이 되나 싶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작가도, 일본쪽 출판사 플랫폼도 자격도 능력도 없었고, 그 결과는 엔딩조차 제대로 내지 못 하고 엉성하게 멈춰버린 이야기가 전부가 되었다.
구매는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그림은 귀엽긴 한데 단지 귀여운 그림을 볼거라면 돈도 안 들고 즐기는 방법이 널리고 널려있다.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만화는 상업적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