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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혁님의 서재
  • [전자책] [고화질세트] 사치록 -사치의 묵시록- (총...
  • 챤타
  • 15,750원 (780)
  • 2026-02-26
  • : 2,395
인간의 멸망을 주장하는 악마와 인간의 존속을 주장하는 천사의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의 대표자를 정해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인류의 처분을 결정하는 인간신판,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 사치 앞에 여성 천사 란과 남성 악마 보로스가 나타나 아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 아이, 자신이 인류의 대표라는 사실에 전혀 긴장감이 없는데..?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특별한 존재가 나타나 같이 생활하는 구성에,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인간신판이라는 요소를 섞은 형태. 훈훈한 소재와 무거운 소재 양쪽에 가벼운 개그를 섞어 이야기의 균형을 맞춘다.

인간의 대표자를 뽑아 그 사람의 행적으로 인류의 존속을 결정하는 인간신판이란 방식은 잘 생각해보면 합리적이지 못 한데, 인류 전체가 악해도 대표자만 선하면 존속되고, 인류 전체가 선해도 대표가 악하면 멸망하는데다, 대표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압박을 주어 일상 생활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스스로를 책임질수 없는 나이의 어린 아이가 대표가 되는 등 온갖 부분에서 납득하기 힘든 형태를 띈다.

그래서 무거워지자면 한도 끝도 없이 무거울 이 소재를 인간의 존속에 관심이 없고, 마이페이스인 주인공 사치로 인해 개그로 넘긴다. 철학적이고 깊게 생각 해 볼만한 소재를 개그로 넘기는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지간해선 다루기 힘들테니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신판이란 요소는 늘상 단점만 지적하는 악마와 어떻게든 장점을 끌어내야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진지하지 못 하고 인간의 음식을 즐기는데 환장한 천사로 인해, 균형이 맞질 않아 결국 이 인간신판이란 요소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주는 것 외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다른 한쪽의 소재인 특별한 존재와의 동거 부분에선, 깐깐하지만 가정적인 아빠 역의 악마와, 느슨하고 태만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이 우선인 엄마 역의 천사와 심하게 마이페이스 기질인 주인공 사치의 4차원적인 성격으로 개그와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 만화는 개그물로서 5점 만점을 줄 수 있을만큼 개그 센스가 매우 뛰어나다. 같은 소재를 우려먹지 않고, 매번 다른 소재와 형식으로 개그를 하며, 각 권의 마지막 부분이 궁금하게끔 다음 권으로 유도를 하는 구성과 웃겨야 할 타이밍을 제대로 잡아내어 생각지도 못 한 상황으로 터트리는 호흡조절과 발상 등 개그 만화로서 아주 뛰어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근래 10년 내에 나온 개그만화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개그 만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웃긴 만화다.

훈훈한 감동 요소는 작위적인 느낌은 있어도 억지스럽진 않은데, 이는 캐릭터별로 완급을 꽤 잘 조절하고 있어 적절한 감동과 훈훈함을 준다. 사치처럼 마이페이스 기질이 강한 센 캐릭터는 그만큼 진지한 상황으로 무게감을 주고, 다소 캐릭터가 가벼운 경우는 적절한 분위기로 너무 무겁지 않게 하여, 개그처럼 원패턴에 안주하여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게 하고 있다. 특히 훈훈함이나 개그나 둘 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손해를 보는 편중된 구성은 불쾌감이나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을 주는데, 이 만화는 그런 점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없어 적절한 상태를 유지한다.


5권이라는 짧다면 짧은 권수로 끝난 이야기지만, 내용면에서는 매우 알차서 200페이지 가량을 전부 제대로 활용하고 있고, 인간신판이란 무거운 소재를 이 이상 뻔하게 악마에게 유리하기만 한 구성으로 끌고 나갈수는 없기에 적절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끊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마무리했다.

작화는 개그만화가 느슨하고 관대한 기준으로 평가를 주는 경향이 있는걸 감안하여, 개그만화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는 크게 나쁜 작화는 아니다. 오히려 미형의 비슷비슷한 캐릭터밖에 못 그리는 일상 개그 만화에 비하면, 캐릭터의 색과 성격과 외형이 뚜렷하고, 여성 악마인 에이전트Q에 꽤 공을 들이는걸 보면 그림을 못 그리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개그 만화가 아닌 다른 만화와 비교를 한다면 아쉬울수는 있다.

개그 센스와 완급 조절력이 뛰어나서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 적당히 훈훈하고 웃긴 개그만화로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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