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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혁님의 서재
  • [전자책] [고화질세트] 나의 백합은 일입니다 (총13...
  • 미만
  • 39,000원 (1,950)
  • 2026-02-13
  • : 240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주인공 시라키 히메. 실수로 카페 점장을 다치게 해 완치 할 때까지 대타로 점원 일을 맡게 된다. 점원들이 여학교 학생의 관계를 연기하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컨셉 카페에서 백합을 연기하며 관계가 꼬이는 이야기.



제목처럼 그저 업무적으로 백합을 연기 할 뿐인 주인공이 눈치와 이해력, 과거의 꼬인 문제가 겹쳐 이야기가 복잡해지며 본격적으로 백합적인 관계에 꼬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인적으로 GL,BL처럼 특정 층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안 그래도 마이너한 서브컬쳐의 더 마이너한 영역의 작품들은 별로 좋게 평가한 적이 없는데, 소수의 취향 시장을 공략하는 작가들 중에서 메인스트림에 올라 탈 만한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자연스레 나오는 만화들이 수준 이하인 경우가 너무 많아 좋게 평가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실력이 있는 작가가 굳이 돈이 안 되는 소수 취향의 시장을 공략 할 필요는 없으니, 능력만 된다면 가장 메이저한 장르를 그리는게 이익이고, 자연스레 마이너한 취향에는 메이저에 도달할 능력이 부족한 작가가 많이 보이게 되곤 한다.


그런 GL,BL판에서 매우 보기 힘든 탄탄한 캐릭터와 관계성, 스토리를 지니는 것이 이 '나의 백합은 일입니다' 라는 만화이다.


GL,BL 장르가 추구하는 것이 L, 즉 LOVE이며 보통의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를 다루기에 일반적인 상식을 넘는 관계에 합리성과 개연성을 부여 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의 메이저 장르, 이성애 연애물의 캐릭터가 각자의 성별 또는 역에 맞는 적당한 캐릭터와 관계성만 내보여도 무난한 반면, 동성애 장르에서 캐릭터는 독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관점인 이성애 이상으로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캐릭터를 보여야 한다.

이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잘못 이해하거나 또는 편한 방식으로 남용하고 있는 개념이 공수 개념인데, LOVE를 에로스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하여 남성 같은 여성이 공, 여성같은 남성이 수인 것처럼 아이콘화 하여 편하게 써먹는데 그치곤 한다. 성적인 관계가 아니어도 이 아이콘화 된 관계성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진 캐릭터는 사실 설득력은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동성애에 대해 지식이 없거나 설명을 생략하고 단순히 상황을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가공 된 것일 뿐,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된 것은 아니다.


C.S 루이스가 고대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분류한 네 가지 사랑의 종류 중 에로스의 육체적인 관계에 머무를 뿐이다. 우정과 신뢰의 필리아, 가족애의 스트로게, 이타적인 신적 차원의 사랑인 아가페 외에 존 알란 리가 추가로 분류한 사랑의 색채 이론으로 유희의 루두스, 집착의 마니아, 실용의 프라그마도 있지만 이런 것을 잘 사용하거나, 이야기에 녹인 경우를 찾아 보기가 힘들다.


이성애는 당연히 육체적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여기에 엄청나게 서사를 공들일 필요가 없고, 기존의 에로스 형식의 서사를 그대로 채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 이성을 사랑하는건 당연하기에 사랑하게 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것 만으로도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동성애는 인지의 단계를 넣어야 설득력을 갖게 된다. 등장 인물이 동성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같은 성별을 좋아해서인지, 좋아하게 된 사람이 동성인 것인지, 태어날때부터 부여된 성별과 정신적으로 인지하는 성별의 차이 때문인지, 언제부터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를 넣지 않는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며 이런 부분을 등한시 하게 되면 결국 제일 편하게 진행 할 수 있는 에로스의 형태로 빠지고 만다.


그래서 더더욱 이 GL,BL은 어줍잖은 실력으로 건드려 봐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못 하고, 이걸 제대로 풀어낼 실력이 있다면 오히려 메이저가 더 공략하기 쉬울 정도라 가치는 낮은데 스킬은 높은 수준을 요하는 모순된 시장에서 설득력 있는 서사를 낭비 할 이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나의 백합은 일입니다'는 이런 여러가지 사랑의 종류에서 쉽사리 어느 형태를 규정하지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레즈라는 것을 밝힌 캐릭터도 있긴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한 시라키 히메는 동성애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며, 시라키 히메와 관련된 인물들 역시 동성애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좋아하는 형태가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 생각 방식을 확실하게 정립해 두었기에 특정한 역을 부여받지 않아도 캐릭터가 맞물려 가며 서로 빠지는 이야기를 잘 연결시켜 나간다.

충분한 서사를 들이고 서로간의 꼬인 관계와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밟아가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단지 그 과정이 아침 드라마급으로 고구마 가득한 전개를 가득 넣은 답답한 내용이라 읽는 입장에서 부담이 큰게 힘들 뿐이다. 그런 점만 뺀다면 이 만화의 서사는 이성애와 동성애를 굳이 구분 할 필요가 없이 캐릭터의 감정 묘사만으로도 연애물을 완성하는 잘 만든 만화이긴 하지만, 중간부터 등장한 악역 캐릭터 투입 이후 에로스적인 부분에 얽히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에로스를 넣지 않아도 충분하게 잘 만들었다고 느껴지는 이야기가 편해지기 위해 기존의 뻔한 방식에 의존하고 만 느낌이라서 매우 아깝다.


작가의 전개 특징이 앞부분에서 사용된 내용이나 대사를 뒷부분에 활용함으로서 각자의 시간대에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상황을 각인시키고 반복하여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형식을 자주 사용한다.

작화는... 거슬릴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리 잘 그렸다고는 하기 어려운 작화지만.

백합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마 고구마 가득 답답한 내용이 부담 될 수 있다. 백합을 좋아해도 답답한건 마찬가지겠지만.

백합물의 평균적인 수준을 고려하면 최상위권 퀄리티의 만화이고, 백합물이란 형태를 제외 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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