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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혁님의 서재
  • [전자책] 에로만화 스터디즈
  • 나가야마 카오루
  • 22,800원 (1,140)
  • 2022-10-14
  • : 144
일본 에로 만화의 역사와 내용을 분석하는 책.

'에로 만화 표현사' 라는 책 보다는 그나마 많이 나은 내용이지만, 여전히 좀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일단 만족스러운 점은


1. 일본의 에로 만화 역사

일본의 에로 만화의 역사를 단순히 성인지나 동인지 시점만이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 후대에 영향을 준 창작자들을 통해 기원을 돌아보고, 오랜 에로 만화의 역사 속에서 규제와 탄압을 받은 기록들도 낱낱이 보여준다.

또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창작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장르와 형식을 만들고, 이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고 쇠퇴하였는지, 상업지를 만드는 출판사의 대응은 어땠는지도 알려준다.


2. 장르나 형식의 분석

특정 장르와 형식에 관련해 연관되어 있는 욕망과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만화가 어떻게 반영하고 끌어 올렸는지, 어떠한 도전과 파생이 나타났는지를 이야기하며, 독자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것도 언급한다.



반면 불만족스러운 점은 좀 많은데

1. 저자가 임의로 규정 해 놓은 형식

저자는 여러 책에서 문구나 내용을 인용 해, 자기 식대로 해석을 하는데 이게 심히 시야가 좁고 근거가 부족하다.

저자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문화적 유전자)의 부분을 따와 인용하는데, 이 중 데즈카 오사무 밈이라 칭하는 것이 매우 어설프다.

저자는 데즈카 오사무를 신격화 할 생각은 없다지만 이미 일본인에게는 유전자 레벨로 각인된 것은 아닌지 대부분의 데포르메화 된 그림체들을 데즈카 밈으로 규정하고 있다.


데즈카가 1928년생이던가, 그 사람이 태어나던 즘에 나온 만화가 벨기에의 '틴틴(Tintin)의 모험'이란게 있다. 혹은 땡땡의 모험이라고 부르는 만화다. 이미 서양에서는 데즈카가 태어나기 전부터 카툰 스타일로서 만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데즈카가 디즈니에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애초에 기원을 거슬러 오르자면 이는 서양의 카툰 혹은 툰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다. 3d 그래픽에서 포토리얼리스틱을 지향하는 기조에서 벗어나 극단적으로 선과 단순화 된 색, 그림자만으로 렌더링을 하는 것을 툰 셰이딩이나 카툰 렌더링으로 부르듯이, 마찬가지로 단순화 된 그림체의 데즈카의 스타일은 툰 스타일이지 데즈카 밈이 아니다.


단순히 선,면,그림자 식으로 단순화 된 것을 무작정 툰으로 규정 할 수는 없듯이 이 툰 스타일 기준에는 데포르메의 비율이 어느 정도 적용되었는지가 중요한데, 사람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주름과 눈썹 하나하나 전부 그려내는 것이 극화체이고, 반대로 눈,코,입,귀 정도만 남기고 노인과 어린이를 구분하는 주름 정도만 선 몇가닥으로 표현하는 극단적 데포르메가 툰 스타일, 그리고 이 둘을 적절히 섞어 나가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서양에서 망가라고 하여 카툰과는 구분하는 형식이 된, 미화,모에화 된 외모로 툰 스타일보다 더 강화된 표현력을 지닌 망가 스타일이 있다.

저자는 이걸 구분하지 않고 둥글둥글하고 귀여우면 데즈카 오사무의 밈을 계승했다고 갖다 붙이는데, 데즈카 오사무가 후대에 영향을 줬을 지언정 그의 스타일은 툰에 가깝지 망가와는 다르며, 툰과 망가는 결정적으로 등신대 비율과 골격,근육 표현, 빛과 그림자, 물체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데즈카 밈이라 해 버리면 극화체 이외의 스타일에서 대부분의 작화 스타일은 데즈카 밈이 되어 버리고 만다. 게다가 데즈카 스타일을 포함하는 일본의 망가 스타일은 서양의 CMYK의 4도 인쇄를 통한 컬러 코믹스와는 다른 흑백이나 단색 컬러이기에 제한된 표현 방식에서 탄생하여 이후 톤을 사용하여 표현력을 높이는 등으로 발전한 것이기에 인쇄 방식의 차이로 스타일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뭉뚱그려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지극히 헛소리에 가까운 것임을 저자는 매우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어 난감하며, 이를 대충 흘려듣거나 필요한 것만 골라 들을 독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저자가 온갖 책에서 이런 저런 많은 용어들을 대충 갖다 붙여 읽는 사람에게 난잡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독해력이 충분하거나 적당히 무시 할 수 있는 판별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저자의 수준에 끌려다닐 여지가 높다.


2. 너무 많은 주석

좋은 책은 주석이 간결하고 필요한 것만 있는데, 이 책은 온갖 곳에서 주석이 튀어나온다.

책은 총 470페이지이나 실제 내용은 380페이지 즘에서 끝나고 나머지가 대부분 역자 주석 부분에 색인이나 기타 등등이다. 하지만 그 380페이지 내에서도 온갖 저자의 주석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저자 주석과 역자 주석 등으로 책의 5분의 1이 주석이나 다름 없다.


주석이 너무 많아 읽는 흐름을 끊어 먹는데, 파일 형식이 pdf라서 주석을 눌러 곧바로 주석의 내용을 참조하는 것도 할 수 없다.


3. 떨어지는 전문성

섹스와 관련해서는 빠질수가 없는 것이 도착증과 컴플렉스인데 저자는 이 도착증과 컴플렉스를 제대로 설명하질 못 한다.

특히 근친간을 설명 할 때 오이디푸스,엘렉트라 컴플렉스는 빠질수가 없는데 그냥 설명을 안 한다. 오이디푸스를 비롯한 고전 작품들이 있었기에 어느 시대에나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

저자가 앞쪽에서 이콘과 이데아와 엮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하더니만 근친간에서는 이를 그리는 내용과 독자가 선망하는 패티시즘, 대상과 주체간의 내적 심리 투영화 등을 전혀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며, 이론적으로도 갖다 붙이지도 못 한다. 근친도 친족 근친과 의붓 근친으로 도덕성과 죄책감 요소에서 선을 일부러 넘는 케이스와 어설프게 침범하는 케이스가 있고, 행위의 주체와 대상과 상황과 역에 따른 컴플렉스와 패티시, 심리의 반영 등 여러가지들이 있기 마련인데 근친간 부분에서는 그저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표현되는 몇가지 근친 만화를 소개 할 뿐 이를 제대로 풀어내질 못 한다.

성적 마이너리티 부분에서는 그나마 동성애를 소비하는 부분은 독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동성애물의 소비 형태는 언급 되는데 이게 BL 또는 이상화 된 미소녀의 성별 형태를 남자 아이로 바꾼 정도에 그치는 여장물 등 근친과 마찬가지로 남성 중심 소비자 시선에 그칠 뿐 여성 중심의 시선으로 보는 백합물의 소비 형태는 설명하지 않는다. 마이너리티한 도착증 중 하나인 수간도 다루지 않고, NTR도 본문에선 다루지 않으며, 좀 심하거나 다루기 힘들겠다 싶은 것들은 전부 쳐내버린 느낌이고, 대체로 책에 나오는 만화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치중하고 있어서 알맹이가 없다.


하다 못 해 저자가 편집자였던 경력을 살려서 연도별로 에로 만화의 태동과 시장의 변화, 규제와 탄압에 의한 영향과 변화의 흐름, 장르의 출현과 쇠퇴, 소비자의 소비 형태 변화 등을 표와 그래프로 설명했더라면 진짜 그것만으로도 별점 5개를 주고 싶은데


그걸 못 하는게 일본 애들이라... 얘네는 어설프게 있는 척은 하지만, 그것을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풀어내는 걸 못 하지. 그저 이때 이런 일들이 있었다 정도만 기술 할 뿐 데이터로서 유의미하게 흐름을 분석하고 추측하는 걸 못 한다. 증보판 분량을 통해 추가로 이야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표나 그래프를 이용하거나 파악하기 쉽게 시각화 하려 하지 않는건 마찬가지여서 증보판은 약간의 기록이 더해진 것일 뿐 크게 도움이 되는 형식이 아니어서 마찬가지다. 데즈카 밈이라 주장하는 것도 시대별 트리를 따라 이미지를 나열했더라면 독자 입장에선 보는 재미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 역시도 못 하니 그저 공허한 주장이 될 뿐이고.


4. 어디까지나 일본의 에로 만화만 다룰 뿐

자료 수집 문제도 있어 어쩔수 없을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에로 만화만을 다루기에 일본 외의 국가에서 그리는 에로 만화의 형식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반면 '에로 만화 표현사'처럼 자화자찬 국뽕을 하는 건 없어서 좋다.



일본의 편집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에로 만화의 역사와 흐름, 기록들을 읽는 재미는 있다. 다만 이게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더 정제하고 다듬고 보충해야 하기에 적당히 재미 삼아 읽는 정도로만 봐야 한다.

'에로 만화 표현사'보다 예시 이미지는 적어 몇몇 사람에겐 다 아는 만화구만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대신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 만화들 위주로 고른 느낌에 내용 낭비는 적은 편이다. 그리고 에로 만화 표현사 보다는 글을 읽기는 좀 편하다.

진짜 에로 만화 표현사는 하등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위주에 알맹이는 없고 그저 동인 작가 소개하는게 전부일 정도니까 전혀 추천 할 게 못 되지만. 심지어 그것조차도 저자의 취향에 편중되어 있는 느낌이고.


책이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라 10년의 공백 속에서 새로이 태동한 스트림, 물결을 담지는 못 해 좀 낡은 정보이기도 하고, 제대로 정리도 안 되어 있는 건 단점이다. 책이라서 최신 정보를 못 쫓아가는건 뭐 책의 어쩔수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정리도 못 하는건 걍 출판사랑 저자 문제지.


에로 만화를 무지 좋아한다면 선호,비선호 장르에 대한 이해나 정보를 읽는 재미는 있고, 일본은 이런 일들을 겪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뭔가를 확립하고 토대로 삼기에는 매우 부족하여 책이 참고한 문헌을 추가로 판다던가 별도의 조사를 하는 일이 필요 할 정도로 내용이 균일하거나 충분하지는 못 하다.

진짜로 에로만화에 대해 파고 들자면 사실 '더 푸드 랩'처럼 책 하나에 1천 페이지 가량을 할애해도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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