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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혁님의 서재
  • [전자책] [고화질] 카페 뉴 마왕성 1
  • 야마모토 시카쿠
  • 4,000원 (200)
  • 2025-10-06
  • : 690
전직 마왕 점장, 용사 바리스타, 그리고 전생의 뭔가가 있는듯한 웨이트리스 조합의 카페 이야기.


이야기가 두서없이 난잡하다.

작화는 매우 뛰어나다. 작화와 연출만 따지고 보면 수준급인데, 문제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작화력의 저 반대편에 있다는 점.


마왕이 카페를 만든 이유. 서약을 만들어 스스로를 옥죄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 마왕과 용사를 둘러싼 세계관. 예언의 구체적인 내용. 마왕의 능력과 영향력. 용사의 능력, 비밀, 과거, 성격. 웨이트리스의 과거 등등

작품이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할 이야기를 마치 목차만 작성하고 공개하듯 제대로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보통 제대로 완성이 안 되서 그때 그때 내용을 채워 넣으려 하거나, 이야기를 배치하는 능력이 모자라서 그렇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완성이 안 된게 60 : 이야기를 배치하는 능력이 모자란 것이 40 정도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일단 작가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있는데, 카페는 식당과 비슷하긴 해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바로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이란 점이다.

음식점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는 보통 요리 만화로서 무엇보다 요리를 중요시하고, 형태에 따라서는 요리 대결을 하기도 하고, 손님의 사연에 맞춰 요리를 만들거나, 부진한 경영을 개선시키는 과정을 그리거나, 과도한 리액션을 보이며 음식을 찬양하기도 하는 등 일단 떠들썩한 형태를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카페라는 공간에서는 요리 만화보다는 일상물에 가까워야 하며, 요리가 아닌 커피나 차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요리 대결을 하거나, 과도한 리액션을 하며 음식을 찬양하거나 하는 것은 어째 어울리지 않듯이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커피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조용한 공간이기에 두 장르는 비슷한듯 싶어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요리가 메인이 아닌 커피와 차가 메인이어야 하고, 대화를 원하는 손님의 요구에 맞춰 대화의 장이 될 수 있게,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고민을 나눌수 있어야 했는데...


정작 이 만화는 마치 시장 북새통 마냥 시끄럽고 떠들썩하며, 손님의 의향보다 오로지 점장인 마왕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며 그래서 마왕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임의로 가게 위치를 바꾼다던지 식으로 정상적인 가게라면 하지 않을 짓도 하고, 바리스타인 용사는 만화 내에서 용사이자 바리스타인데도 뭔가 하는게 거의 없고, 대화 보다는 몸싸움이나 난장판이 에피소드의 주 된 내용이며, 커피나 차 보다 요리에 더 신경을 쓰는데다, 마왕과 관련된 세계관과 설정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있어서 카페 외부마저 전혀 조용할 날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점차 단계적으로 밝혀 나가며 전직 마왕이 생명의 샘을 찾는 모험이 시작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형태를 그리려고 한 듯 싶지만... 이걸 단계적으로 배치하는 과정 속에서 설명 해야 할 것은 빼먹고, 일부러 비밀로 감추고 궁금증을 끌어 올리려 한듯 싶지만 이야기가 워낙 난잡한데다 뭔가 하나 터지면 그것이 수습되기 전 다른 곳에서 또 하나 터지는 식으로 부풀리고 터트리고 정리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이 반복이 될 뿐이라 뭐하나 수습되고 설명된 것도 없고 이야기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이어가질 못 한다. 그러니 더더욱 카페물로서의 이야기는 끼어 들 틈이 없고, 형태와 구성이 엉멍진창일 뿐이다.



작가가 카페라는 공간과 장르에 대한 몰이해를 극복하고, 난잡하게 설정만 흩뿌릴 뿐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을 고치고, 제대로 캐릭터를 표현하며 손님이란 존재와 함께 공존하는 이야기를 그리려 하지 않는다면 이 만화는 2권, 3권 이후로도 쭉 이렇게 난잡하고 혼잡스러운 이야기를 반복 할 것이 당연하기에 도저히 손이 가질 않게 만든다.


작가의 성향상 카페 만화가 아예 다룰수가 없는, 말이 안 되는 소재인것 같은데, 차라리 이 만화는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소재로 도전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계속 시끄럽고 난장판인 상황에서 못 벗어난다면 이건 절대 카페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0보 양보해서 손님이 장식이 되어버리고 이야기가 오로지 마왕이 생명의 샘을 찾는 전개가 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난잡해서야 '카페 뉴 마왕성'이란 제목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이 되는데, 이 정도면 그냥 제목 사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추천하지 않으며, 기대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좀 더 소재와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길 바란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배치하고, 전달하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작화 퀄리티는 좋아서 1점 더 주긴 했으나, 단지 작화를 즐기기 위해 이 돈 내고 볼 만한 내용이나 그림은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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