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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3421님의 서재
  • 할매
  • 황석영
  • 15,120원 (10%840)
  • 2025-12-12
  • : 135,955

❝나무는 씨앗이었을 적에 개똥지빠귀의 뱃속에 있다가 땅속에 함께 묻혀, 그것의 몸속에서 싹이 트고 움이 솟아올라 풀 같은 묘목으로 시작한 기억이 그해에 자라난만큼 나무껍질의 한 층으로 나무의 제일 안쪽에 남아 있었다. 그러므로 기억들은 각각 다른 층을 형성했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그 매번의 겨울 층마다 개똥지빠귀의 기억이 들어 있었다.❞p.47


#할매 #황석영 #창비


머나먼 시베리아에서 대한민국의 금강 하구까지 날아와 죽음을 맞이하는 개똥지빠귀. 그의 뱃속에 있던 팽나무의 씨앗이 발아하여 뿌리를 내리고 거목으로 자라난 팽나무는 이 땅의 변화하는 모습을 600동안 조용히 마주한다. 삶과 죽음, 태어나 또 죽음에 이르고 또 새로운 삶은 계속 이어진다. 삶과 죽음에 이르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 자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나무를 둘러싼 육백년은 인연과 관계의 순환이며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부터 마치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군산의 하제 마을의 팽나무에 서원하면서 꼭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겠다는 염원도 있었다고 한다.


팽나무가 지켜보는 순간에는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동학 농민군의 이야기, 새만금 간척 사업까지 역사의 큰 줄기를 따라 내려온다. 그러다가  2023년에 만났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가 떠올랐다. 이 소설에서도 <수라>에 나왔던 문정현신부와 환경.평화 활동가들의 활동을 담아 그때의 감정에 다시 벅찬 마음이 들었다. 수라를 지키는 이들의 투쟁, 노력들이 말이다. 바닷물이 흐르지 못하게 막은 간척 사업은 땅을 병 들게 하고 그 병든 땅에 살아야 하는 이들은 인간, 그리고 동물, 자연이다. 인간이 만든 악재로 우리는 고통속으로 한 걸음 씩 걸어들어가고 있다. 그것을 막는 것 또한 인간이 하고 있다. 여기 책에서처럼. 


처음 시작해서 50p까지 ‘새’ 이야기만 나와서 할매라는 제목의 할매는 언제 나오나 했는데 어느 순간 인간 시점의 이야기로 들어서면서 속도가 붙었다. 새가 죽고, 그 안에서 나무가 태어나고, 나무를 둘러싸고 인간들의 삶이 이어진다. 대를 이어서 나무 주위를 맴도는 인간들, 나무가 있는 곳에 펼쳐지는 방대한 자연에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그냥 느끼게 만든다, 이 소설은.


삶의 영속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과연 나만의 삶인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책. 황석영의 <할매>이다. 


@changbi_insta 감사합니다.


❝나무는 나이테 속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남겼다. 그 겹겹의 섬유질 속에 계절의 재활과 성장과 갈무리와 휴지의 반복은 길건 짧건 시작이나 끝이 아니라 오래오래, 또다시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변화에 지나지 않았다.❞p.37


 #생명 #연결 #장편소설 #정지아추천 #황석영신작 #책 #책추천 #수라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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