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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가족의 연례 행사인 여름 휴가 떠나기 준비부터 휴가를 떠나며 겪는 일련의 과정들, 휴가지에서의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소설로 어떤 극적인 사건 하나 없이 그들의 일상을 다룬다.
역으로 향하던 중 화장실 창문을 닫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계속 고민 중이었던 스티븐스씨는 기차에 올라서 자신의 집의 화장실 창문이 닫힌 걸 보고 안심하고 여행에 집중한다. 아내 역시 기차 안에서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진실로 행복한지 고민에 빠지고,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는 스티븐스씨는 잠에서 깨어난 아내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저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문장들을 읽으며 피식하고 웃게 되고 어느새 이 가족의 여행에 빠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소개한 직장이 성에 차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운 장남과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에 가슴 설레이는 딸, 그리고 즐겁기만 한 막내. 이 가족은 각자의 고민이 있음에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해마다 오는 이 여행지의 숙소 또한 낡고 그들에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그곳을 지킨 주인장을 배려하고 그들은 다정함으로 서로를 보듬는다.
결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일 년 내내 기다렸던 여름 휴가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세심하게 계획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와 내 가족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날카로운 말을 하고 외면하고 방치한 것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면서 납작해진 마음에 얼굴을 붉어진다. 이 소설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서 나의 휴가, 나의 가족,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바라게 된다.
얼마 전 모임에서 예의 없이 굴고 배려심 없는 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따끔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 또 어느 정도까지 챙겨야 할지 의문이 든다는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나를 이해하려는 이들이 없다면 또 얼마나 슬플지 상상해봤다. 단편적인 얘기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에 주목하게 된다. 그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결론을 냈는데, 결국 다정한 행동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손 내밀어 보기로. 서로를 다치게 하는 순간들이 없었으면, 긍정의 시선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믿어보기로 한다. 스티븐스 가족처럼.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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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만으로도 그 누구에게든 충분히 좋은 날이 아닌가? 즐거움과 흥분이 충분하지 않은가?p.48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p.342
태양에 그을린 아버지의 얼굴을 건너다볼 때 그가 떠올린 것은 바다와 모래사장, 튀어오르는 크리켓 공과 웃음소리의 외침들, 산책용 지팡이들과 낚싯대들과 파닥이는 연들, 흥미진진한 경기들과 취미들, 아버지가 겨울철 저녁에 그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준 책들이었다.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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