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게 인간의 실존과 역사의 무게를 다루는 작가 한강의 작품들 중 대표 작품을 대중적 글쓰기 방식으로 다섯 명의 문학 평론가가 해설하였다. <채식주의자>,<희랍어 시간>,<소년이 온다>,<흰>,<작별하지 않는다>를 깊이를 더해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본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가 나무가 되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났다. ‘영혜를 부르는 나무들의 소리는 기실 인류 전체를 향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지구의 부름인 것이다. 나무처럼 물구나무를 서자, 비로소 현실을 뒤집어 볼 수 있다.’pp.44~45 고 한다. 이는 자연과 여성이 모두 착취당하고 있다는 비판적 사유, 에코 페미니즘과 공명하는 것이라는 해설에서 이제야 영혜를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 소설이 나왔을 때 책 모임을 통해 만났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한강의 소설 중 <소년이 온다>에서 제기한 절실한 의문,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대답으로 내놓은 것이 <흰>이라는 해설에서 두 소설의 연속성을 이해하게 된다. 각각의 소설이었던 것이 질문과 답이라는 연결 고리로 두 소설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해설을 통해 갇혀있는 나의 사고가 열리는 기분이 들었고, 그것이 깊이 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나만의 해석도 좋지만 다른 시각으로 또 다른 앎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국가 폭력이 자행한 집단 학살과 역사의 트라우마를 담은 소설로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평론가 강경희의 해설로 다소 이해가 되었다. 그의 소설은 정밀한 구성으로 각 단락마다 자기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종의 지연방식인 플롯을 통해 정지와 복귀, 다시 읽기와 재현으로 독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런 점들을 알고나니 다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어볼 의지가 불타오르기도.
📌개별적으로 살아있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계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던 소설이 이제 한강의 작품으로 질문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고 함께 꼭 나눠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과정을 통해 함께하는 연대의 힘이 이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깊이 읽기를 통해 깨닫게 되는 순간들 마저 소중하다. 이 한권의 책이 한강의 책과 나를 연결해주는 단단한 손을 맞잡은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든 잡을 준비 완료. 다음 책도 내주시죠!
본디 소설은 문제 인물의 개별 사건을 통해 현재의 세계를 초과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소설 바깥의 독자는 그 질문을 초과한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옆의 다른 존재에게 건네주면서.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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